인도네시아는 대통령과 장관들만 바쁘다

(2014년 11월 11일)

P1040617w글. 한상재/
자연과환경 대표.
한인포스트 칼럼리스트

B7

조코위 대통령은 첫 내각회의에서 2015년 1월 이전, 빠르면 11월에 기름값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복병이 너무 많은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인지 조코위 정부는 11월 시행 일정을 은근히 내리고 내년 1월 이전 시행을 유포하면서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국민 정서는 기름값 인상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LSI 라고 하는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30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51.2%가 조코위 정부가 즉시 기름값을 인상하는 것에 대해 아주 잘못하는 정책이라고 답한 것입니다. 단지 32.4%만이 국회의 잘못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조코위 정부는 기름값을 리터당 3천 루피아 정도 올리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 심각한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고, 그 자금을 대선 공약의 하나인 보건복지카드(Kartu Indonesia Sehat)와 국민지혜카드(Kartu Indonesia Pintar) 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됩니다. 벌써 지방 각지에선 국민보건카드를 신청하는 국민들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국민보건카드는 일종의 건강보험카드입니다. 이 카드는 VIP, 중간, 그리고 서민용, 이렇게 3종류로 분류됩니다. 카드의 종류에 따라 내는 보험료도 다릅니다. VIP는 월 7만 루피아를 내고 중간은45,000 루피아, 그리고 서민용은 3만 루피아입니다. 물론 병원 입원 등급도 종류에 따라 달라 집니다. 그래도 모든 진료는 무료이니 국민들은 앞다퉈 보건복지카드를 내고 있습니다.

보건복지카드를 내면 모든 진료가 무료이니 국민들은 조코위 대통령을 잘 뽑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조코위 대통령은 예산을 마련해야 합니다. 따라서 조코위 정부는 서둘러 기름값 정부 보조금을 인상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론이 좋지 못합니다. 따라서 처음에 3천 루피아까지 올리겠다고 했던 계획을 재고하고 있습니다. 벌써 2천 루피아를 던지고 여론 추이를 보고 있습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내각 발표 이후 정치권엔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투자청 등의 방문을 마치고 즉각 북부 수마트라 메단 시나붕 화산 폭발 이재민 센터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먼저 고생하는 국민 저변을 둘러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회에선 KMP(프라보워 중심의 야당 그룹, Koalisi Merah Putih) 와 KIH (조코위 중심의 여당 그룹, Koalisi Indonesia Hebat) 정당 간 대립이 날로 첨예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분과 위원장 선출을 놓고는 정회까지 가는 등 마치 대한민국 국회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KMP야당 그룹 의원들은 새 회기 이전에 UUMD3라는 국회법을 개정하고 국회의장과 부의장, MPR 의장과 부의장 자리를 독식하는 이벤트를 단행했습니다. 국회 60% 이상을 점유한 KMP 그룹은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KIH 여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것입니다. 내친 김에 KMP는 16개 국회 분과윈원회 위원장 자리도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국회엔 장 자리가 모두 47개가 있습니다. PDIP 측의 생각은 적어도 16개 자리는 국회 의원수 비율대로 PDIP 혹은 KIH 여당 그룹에 양보해 달라는 것인데 KMP 는 일체 무시하고 자기 맘대로 요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11개 위원장 자리는 KMP 가 독식해 버렸고 나머지 별 볼일 없는 5 자리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PPP 당입니다. P3 당 총재인 전 종교부 장관이 KPK 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에 P3 수라바야 전당대회에서 수리아다르마 알리 총재를 제명하고 신임 총재를 새로 선출한 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하여간 그래서 국회는 책상을 뒤 엎는 등 정회까지 가고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끝내 수리아다르마 알리 전 총재는 자카르타 사이드 자야 호텔에서 30일 밤 P3 전당대회를 열고 신임 총재 선출이 무효라는 결정을 해 버렸습니다. 결국 P3 당은 두 총재가 생긴 것입니다. 누가 법적으로 총재 대행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인지 대법의 결정을 받아야 할 판입니다. 마치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두 진영으로 갈라 선 때와 똑같은 형국이 된 것입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마치 이명박 대통령처럼 정치권을 멀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소야대 국회에 나간 여당 의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그렇다고 조코위 대통령이 정치권 애당 의원들을 설득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SBY 전 대통령도 만나 민주당을 설득하기도 했고 프라보워도 만났고 골카르 이찰 총재도 만났습니다. 그러나 조코위는 언제나 조건 없는 협력을 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조코위의 조건없는 협력 제안은 KMP를 점점 더 강한 덩치의 야당 그룹으로 변모시키고 말았습니다. 결국 KMP에 비해 왜소한 규모로 전락해 버린 KIH 여당 그룹 의원들은 맥을 못추고 당하고만 있습니다. 아무리 KMP 라도 조코위 내각 발표까진 그래도 한가닥 희망를 갖고 쳐다 본 것 같습니다. 그러나 KMP 성향의 장관이 하나도 없자 또 다시 국회에서 막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결국 루피아 가치는 12,000 루피아를 넘어서 더 상승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불길한 경제 태풍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국내 정치마저 앞이 밝지 못하다는 반증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막 임명을 받은 장관들은 조코위 대통령처럼 사무실 책상을 떠나 현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전시적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이 이민국을 방문해 여권 발급 시간을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이라고 합니다. 관광부 장관은 자카르타 서북부 해변 공원 관광지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모든 장관들은 조코위 흉내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여인들이 양귀비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면 다 예쁘게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인도네시아는 조코위를 흉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느긋합니다. 국회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KMP 야당 그룹도 느긋하게 조코위 대통령과 KIH 여당 그룹의 바쁜 일정을 바라보며 희희낙락하고 있습니다. 단지 조코위 대통령과 장관들만 바쁘게 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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