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다’ 형상 대통령궁 찬반 양론
조코위 대통령이 직접 공개, 관계자 불러 논의
“올해 8월 17일 착공” “신수도부 장관 임명”
관련 법 제정 추진에 외국 투자도 잇따라
신수도 건설 박차, “한국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신(新)수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직접 대통령궁 디자인 초안을 공개하고, ‘올해 독립기념일(8월 17일) 착공’을 선언했다. 대통령궁을 둘러싼 논란은 진화에 나섰다. 신설 신수도부 장관도 곧 임명할 예정이다.
19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에 새로운 대통령궁 등 신수도의 미래상을 조감할 수 있는 2분 남짓 동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신수도 착공 날짜를 독립기념일인 8월 17일로 못박았다. 조코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24년 수도 이전을 완료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대통령궁 초안이 사전 유출돼 논란이 벌어지자 직접 공개해 국민들 의견을 구하고 신수도 건설 의지를 표명한 조치다.
칼리만탄(보르네오)섬 동부칼리만탄주(州)에 건설될 신수도 대통령궁은 인도네시아 국장(國章)에 그려진 가루다를 형상화했다. ‘새들의 왕’이라 불리는 가루다는 힌두 신화에 등장한다. 발리, 프람바난 사원 등 인도네시아는 힌두 문화의 보고다.
국장 속 가루다는 5대 국가 이념인 ‘판차실라(Pancasila·다섯 가지 원칙)’를 가슴에 품고, 국가 좌우명인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다양성 속 통일)’를 발톱으로 쥐고 있다. 각 부위의 깃털 숫자는 인도네시아가 독립한 1945년 8월 17일을 뜻한다.
가루다가 날개를 펼친 모습의 신수도 대통령궁은 유명 조각가 뇨만 누아르타가 디자인했다. 정부 공식 발표 전 유출되자 건축가들은 “겉모습만 화려한 조각일 뿐 건축 기준에 맞지 않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조코위 대통령은 15일 건축, 도시계획, 환경 분야 관계자를 직접 불러 화상으로 논의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다양성 속 통일을 지향하는 국가 철학을 반영한 작품으로 아직 초안 단계이므로 아무리 작은 발상이라도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해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진화했다.
이번 논란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불투명해진 신수도 건설에 다시 공을 들이겠다는 방증이다. 실제 조코위 대통령은 올 들어 신수도 건설 비전을 기회가 될 때마다 대외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이르면 21일 예정된 개각 발표 때 신설 신수도부 장관을 임명할 뜻도 밝혔다.
인도네시아 국회(DPR) 여권에서는 신수도 건설을 국가운영원칙에 반영하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돼도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신수도법도 6월 말 제정할 계획이다. 신수도 건설 재시동에 발맞춰 미국, 캐나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는 올해 설립한 인도네시아 국부펀드를 통해 잇따라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국은 현지에 파견한 3명의 전문가가 국내 기관, 기업들과 ‘팀코리아(Team Korea)’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1년여 전부터 인도네시아 정부를 상대로 지식 공유, 한국식 성공 모델 전파, 민관협력사업(PPP) 제안 등도 수행하고 있다.
최형욱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부이사관은 “그간 지지부진했던 인도네시아 신수도 사업이 최근 대통령의 의지 표현, 법 제정과 재원조달 방안, 정부 공무원 이전 등의 실행 계획 가시화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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