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1일)
한*인니문화연구원 257회 문화탐방;
지난 9월 27일 아침 8시, 한*인니문화연구원에 반가운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조태영 주인니 한국 대사님과 사모님을 비롯한 대사관 가족들과 우리 연구원 회A원들이 함께 ‘스토리가 있는 예술의 거리’ 탐방을 위해 모였어요.
오전에는 네덜란드 통치 시절에 유럽인을 위해 만든 거리로, 네덜란드인의 영광과 독립의 열기를 간직한 멘뗑(Menteng)을 찾았습니다. 멘뗑에는 대사관저와 고위관리의 사택들이 많았고 뒷골목에는 예쁜 집들이 많았습니다. 수로빠띠 공원(Taman Suropati) 혹은 아세안 조각 공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는 아세안 최고의 조각가들의 예술적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부근에 줄지어 서 있는 나무도, 1920년대 집들도 예술적으로 느껴집니다.
멘뗑 31의 독립투쟁 박물관 Museum Joang 45는 1945년-1950년 독립 투쟁사를 전시•보관한 박물관입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젊은 박인환의 시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바치는 노래’의 한 구절처럼 “우리와 같은 식민지의 인도네시아여, 해류가 부딪치는 모든 육지에선 거룩한 인도네시아의 내일을 축복한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오직 ‘독립’이라고 울부짖는 인도네시아 젊은 독립영웅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투쟁관(館)으로 들어가면 수디르만 장군이 가마 위에서 독립전쟁을 지휘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과 당시의 가마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는 독립전쟁 말기에는 폐병으로 몸이 아파서 죽을힘을 다해 가마를 타고 이동하면서 전투를 지휘했다고 합니다. 장군의 불멸의 정신이 우리를 전시물 앞에 오래도록 머물게 합니다.
또한, 멘뗑에는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독립선언문작성박물관(Jl.Iman Bonjol No.1)이 대한민국 대사관저 부근에 위치해 있답니다. 1927년, Mohammad Hatta, Sutan Syahrir와 Soekarno를 중심으로 독립을 위한 PNI(Partai National Indonesia)가 설립되었고, 일본 통치시절부터 멘뗑 31을 중심으로 이들 젊은 독립 운동가들의 투쟁이 시작되었지요. 일본이 1945년 8월 15일에 항복한 이후엔 멘뗑과 찌끼니(Cikini)를 중심으로 독립의 열기가 퍼져나갔습니다.
독립 후에 찌끼니는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된답니다. 우리는 TIM(Jl. Cikini Raya 73)으로 잘 알려진 따만 이스마일 마르주끼 뒤에 있는 자카르타 예술전문대학교(Institut Kesenian Jakarta, IKJ. 1970년 개교, 4년제 대학)를 찾았습니다. 이 학교는 각 지방에서 온 예술가들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자카르타 예술대학교에서는 저희들을 위해 간단한 다과와 환영 공연을 준비해 주었고, 부학장님과 패션학과 학과장님이 나오셔서 직접 학교를 안내하셨습니다. 대사님께서 진지하게 학생들의 작품을 보시면서 학장님과 인도네시아 예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말씀을 나누시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문화, 예술 교류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게 했습니다.
찌끼니 병원 본건물의 뒤쪽에 있는 별관은 근현대 인도네시아 미술의 초석을 놓았던 라덴 살레의 자택이었던 곳으로,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 같았습니다. 동서양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했던 그가 이렇게 예쁜 집에서 살면서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요. 20세기 초반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유행했던 건축양식인 아르데코 풍의 최초의 우체국 KANTOR POS CIKINI (Tjikini Post Kantor), 수카르노 자녀들이 다녔던 자카르타 최초의 중학교 SMP Negeri I를 지나며 최초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네덜란드 식민시절 이민국 건물을 갤러리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Resto & Galeri Tugu de Kunstkring에서 ‘디뽀네고로의 체포(Pangeran Dipenogoro)’라는 큰 그림을 감상하면서 버따위(Betawi) 전통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갤러리를 둘러보았습니다. ‘예술의 명소’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갤러리 레스토랑은 1913-1914에 지어진 100년이 된 건축물로, 근대 자카르타의 저명인사들이 즐겨 모이던 레스토랑이었답니다. 레스토랑 앞에 있는 달걀공예로 만든 조명등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보입니다. 레스토랑 옆에는 모닝커피를 마시고 싶은 카페도 있답니다.
점심 후에는 잘란 수라바야(Jl. Surabaya)로 이동, 오래된 골동품 거리를 거닐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함께 하였지요. 마지막엔 더블 트리 호텔에 들러 시원한 레몬에이드와 화덕피자를 먹으며 오늘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탐방을 이끌어 주시고 마지막엔 탐방 회원들을 위해 피자 간식까지 흔쾌히 사주신 임경애 교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교민들과 함께 어울려 친근한 모습으로 문화 탐방에 참여하시는 대사님이 참 멋져 보였습니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탐방을 마치며, 예술은 무한히 열려있는 미궁의 세계이며 작은 지혜로는 감히 도달할 수 없는 세계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 한*인니문화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