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9일)
한인사회 원로를 찾아서(1)
승은호 회장 편
코린도 그룹;
인도네시아 한인사회는 지난해 한-인도네시아 수교40년에 이어서, 2014년에는 한인기업진출50년, 한인동포정착 70년이라는 시대적 역사성을 재정리하고 있다.
특히 한인기업 진출 50년의 발자취는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해 보겠다는 한인 원로들의 Indonesia Dream이 눈물 어린 피와 땀으로 잘 드러나 있다.
한인경제권은 초기 원목사업, 석유자원 사업을 시작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발전 이제는 30여 업종의 다양한 산업에 이르기까지 괄목할만한 자리다짐을 하고 있다. 5만여 한인동포. 2000여 한인기업. 100만 현지인근로자 고용. 한-인니 교역량 매년 350억 달러…..이러한 산술적 수치는 머지않아 한인동포 10만 시대 1000억 달러 비전은 결코 꿈일 수 없다.
이에 한인포스트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고사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옛 것을 알고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는 자세로, ‘한인사회 원로를 찾아서’라는 기획취재를 준비했다. 배울 것은 배우고 지킬 것은 지켜가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존중하고 한인사회 방향성을 잡아보고자 한다.
지난 1월에 새해라면서 들썩이며 반짝하는 기분들이 하반기 되면서 시들어지고 있다. 이를 되새기며 남은 한 해를 잘 결실해 보길 바란다.
지난 7월 초 아시아한인회총연합 대회와 제9회 동남아한상대회가 자카르타 그랜멜리아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승은호 코린도 그룹 회장은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1942년 청말띠 출생으로 72세 승은호 회장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세계한상인으로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한인포스트는 2014년 청말띠 해에 한인사회원로를 찾아서 첫 주자로 승은호 회장을 선정해 인터뷰했다.
<취재 정선 편집대표>
– 리더는 타인에게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베풀되, 자기자신과는 치열하게 싸우며 이겨내는 사람이어야
– 현지화를 뛰어넘어 현지인화는 현지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고용하고 기술 습득을 시켜서 장기적으로 현지인들로 하여금 회사 또는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 코린도 그룹, 산림분야의 상당한 결실을 바탕으로 농업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계획
– 코린도 2세 경영수업 핵심은, 임직원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회사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지도력을 키워야
– 임금인상은 세계적인 추세로 원자재 개발과 제품의 고급화를 추구해야. 인도네시아는 저가제품을 생산
-판매와 고가제품의 생산을 병행해야,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이전으로 기본적인 경쟁력 가져야
– 한인사회의 방향성은, 서로 양보하고 계속 화합하는 한인회가 되어야
– 서먹한 한인사회, 젊은 사람에게 받기 보다는 어른들이 먼저 인사하자는 생각도 좋아서 실천해야
– 인도네시아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전 재외한인 경제인 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분이신데요.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리더의 조건은 무엇인지요?
리더는 남을 배려하고 베푸는 덕목이 있어야 하며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욕망을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이 있기 마련인데 때론 그 욕망이 지나치게 앞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의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리더는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남에게 베풀며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의 정도와 성과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리더는 타인에게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베풀되, 자기자신과는 치열하게 싸우며 이겨내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 9년 전 한인포스트와의 인터뷰를 기억하시는지요? 그때 현지화와 현지인화를 강조하셨는데요.
보통 현지화와 현지인화는 그것이 그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확실히 다릅니다. 현지화는 현지인들의 언어, 풍습, 문화 등을 몸에 익혀서 자신이 현지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현지 정부나 현지인들로 하여금 이질감을 갖지 않게 하면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것이고, 현지인화는 현지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현지인들을 고용하고 기술 습득을 시켜서 장기적으로 현지인들로 하여금 회사 또는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현지화와 현지인화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입니다.
– 회장님의 사업운영에 있어 제일 최우선 되는 가치가 무엇인지요?
‘정직’입니다. 일은 무조건 정직하게 열심히 해야 합니다. 경영자는 정직하게 기업을 이끌어 가야하고, 직원들은 거기에 성실을 더해서 ‘정직, 최선, 성실’이란 가치에 따라 일을 해야 합니다.
입장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절대 정직이란 기본 방향성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어느 자리에 있든 열심히 하고 실력을 갖추는 거야 기본이니까 특별히 강조하지 않겠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성공 한인기업으로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여주셨는데 코린도 그룹의 사업 방향은 무언가요?
특별한 원칙이 있는 건 아닌데, 우리는 현재 이 나라에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늘 고민했습니다. 사업은 시대에 따라 변화되고 맞춰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신문용지라든지, 현재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생산해야겠다 생각했던 겁니다. 코린도 그룹 초기에는 완제품보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원자재를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제는 원자재가 아닌 자원사업 쪽이 비전이 있지 않나 사려됩니다. 자원사업은 지구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 필요한 산업이며 한국과는 달리 인도네시아 내에서 사업부지는 구입할 필요 없이 인니 정부에 세금만 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산림분야는 상당한 결실을 맺고 있으며 차후 농업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10년 정도 긴 시간을 두고 투자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코린도 그룹도 지금 2세 경영을 시작하고 있는데 경영수업에 있어 가장 핵심은 무엇인지요?
임직원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회사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지도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쓰고, 일단 쓰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인간관계를 잘 가질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도덕성을 갖출 수 있게 노력하도록 해야지요.
-후배기업들과 2세 사업가들에게 특별히 알릴 사업노하우가 있다면….?
특별히 노하우라고 할 것은 없고,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고 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알아두었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보다 못하니까 적당히 적은 돈을 가지고 와서 하다 보면 어떻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사람들을 몇 만났는데 큰 잘못입니다.
하고자 하는 사업에 맞는 자본을 가지고 오든지, 특별히 기술을 가지고 오든지 하면 인도네시아는 아직 개발도상국가라서 할 일이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업은 이익을 꼭 이루어내야 하지만 이익을 창출하면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CSR) 역시 잊어서는 안됩니다.
-지금 한인기업들이 임금상승 등의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고, 신 정부 이후 더욱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금상승은 비단 인도네시아 내에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세계적인 추세이지요.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이태리 등의 타국가와 같이 원자재를 개발하고, 제품의 품질을 높여 제품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등의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아직 노동집약적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기에 저가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방법, 고가제품의 생산과 같이 병행가능 한 방법 중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합니다.
단순히 값싼 노동력에 집착하다 보면 인도, 아프리카 등지에 밀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 한인기업들이 수도권 중심으로 모여있는데 기업들의 지방이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부족한 인프라가 문제이긴 하지만 땅값과 인건비 등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한인회장을 22년 봉사하시고 후임자에게 물려주셨는데 그간 가장 힘드셨던 일과 보람된 일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제일 힘들었던 일은 동티모르의 독립에 김대중 대통령이 지지를 표했을 때 인도네시아하고는 원수를 지는 거니까 한인회는 초긴장 상태일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한인회장으로 한국에 성명서를 내는 등 분주 했지만 잘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 힘들었던 경험으로 기억됩니다. 보람된 일이라면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와 한인회가 갈등과 분쟁이 없고 부족하지만 이해하면서 서로 도와주며 지내왔다는 점이 자랑할만한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방향성은 무엇인지요?
서로 양보하고 계속 화합하는 한인회가 되어야 합니다. 대사관과의 사이에서도 대사관도 어느 정도 한인회의 말을 들어주고, 한인회도 대사관에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합니다.
예전에 한 한인이 잡혀 들어가게 되었을 때 대사관과 보증문제로 한참을 옥신각신 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특별한 분쟁 없이 결국 잘 해결이 되었는데 이를 통해 배운 점이 바로 서로 양보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한인회의 힘을 기르기 위해 탄탄한 네트워킹과 지도력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일본의 정경숙학교가 기억납니다. 2차대전 패전이후 일본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일본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를 양성하는 민족학교를 마쯔시다 그룹 회장이 만들었는데요. 한인 2세를 위해서 회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한인 2세들의 정체성 확립과 조국애의 함양을 위해서는 자카르타 한국학교가 있어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의 재외 동포 재단에서 지속적으로 해외 동포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현지에 한인 2세들을 위한 무엇을 만들 필요가 있을 지는 한인회 여러분들과 연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의 정경숙 학교는 일본 내에서 일본을 위한 유능한 젊은이들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교육기관을 만들면 좋겠지요.
이것은 조금은 다른 발상이지만, 저희 그룹에서는 CSR차원이기도 하면서 한국 문화를 인도네시아에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수원 및 예술관을 지어서, 현지인들 중에서 미술 계통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력 있는 작가에게 무료로 작업공간을 제공해 주기고 하고, 전시 공간도 만들어 줄까 합니다. 아울러 한국작가들의 전시 공간도 마련하면 되겠지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께서 먼저 인사하자는 제안을 하셨는데 왜 이런 제안을 하신 건지요?
한국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먼저 인사하길 주저한다는 점입니다. 모임에 가도 꼭 아는 사람들끼리만 대화하지 처음 본 이들과 대화하지를 않습니다.
제 생각에 이런 문화는 좀 고쳐나갔으면 하는 생각에서 어른들이 먼저 인사해도 좋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초면인 사람과도 웃으면서 간단한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그렇게 제안해 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올 해 72세가 되셨는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지 여쭤보고 인터뷰 마무리 하겠습니다.
건강관리? 특별한 건 없습니다. 건강은 어느 정도 타고나야지 후천적인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건강을 위해 하는 건 그냥 마음 편안하게 사는 겁니다. 요즘 사람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죽습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코린도 그룹은 한인동포 여러분의 격려 가운데 잘 성장하고 있어서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포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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