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민들이 “한국은 더 이상 인도네시아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쪽 찔레곤에 건설될 ‘자와 9, 10호기 석탄발전소’에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금융조달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이다.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한국에서 이 같은 법적 절차를 진행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와 석탄발전소는…
29일 기후솔루션은 자와 9, 10호기 건설 부지 인근 주민들이 이날 법률대리인(법무법인 최선)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 석탄발전소는 2000㎿ 규모로, 두산중공업이 지난 3월 건설 계약을 따냈다. 총 공사비 1조9000억원 중 두산중공업의 수주분은 1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공적금융기관이 대출자금과 무역보험을 제공하겠다는 대출의향서를 발급하면서 참여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가 2024년 4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영국 석유기업 BP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전력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웃돈다. 2007년 이후 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2.8% 늘었는데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인 지난해에는 4.9%의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와 9, 10호기 외에도 자카르타 인근에서만 현재 22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신규로 7기의 발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유럽·미국은 ‘탈석탄금융’… 우리는?
석탄발전소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요 수입원인 소금 채취가 줄고, 농어업 수입이 감소하고 있으며,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계 질병의 발병률이 늘고 있다.
원고 측은 한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책 금융기관을 통해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중적인 행태라고 비판한다.
한국의 석탄 발전비중은 46.2%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부각되면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했고, 과거 정부가 계획한 2기와 노후 발전소 4기를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발전소에 금융을 제공하는 이른바 ‘석탄금융’을 그만하자는 움직임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의 노르웨이국부펀드와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 영국 수출보증기관 등 공적 연기금과 공적 금융은 물론 씨티그룹, HSBC 같은 민간 금융사도 ‘적도원칙’이나 ‘파슬 프리’(Fossil Free) 캠페인을 통해 탈석탄금융을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권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읽히지 않는다.
올 초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투자자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나쁜 투자’를 보면,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3곳이 2000년대 후반 이후 해외 석탄발전에 제공한 금융은 총 11조6209억원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주민들이 환경과 건강피해를 우려해 현지 법원에 소송을 내기도 했던 찌르본 2호기에도 한국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국민 세금이 기반이 된 공적자금이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인식을 반영하고자 이번 가처분 신청에는 한국 시민도 원고인단에 참여했다. 한국인 원고인 황선자씨는 “세금이 옳은 곳에 쓰이길 바란다”며 “우리의 세금이 해외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원고인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현지 시민과 환경단체들은 가처분 소송 외에도,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석탄발전 투자를 규탄하는 운동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출처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