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마주하는 울창한 나무숲에서
아파트 벽을 무너뜨리듯
매미들이 하루 종일 합창하듯 뜨겁게 운다
어쩌면 우는 것이 아니라
도심의 건물이 답답하다고 땡볕에 숨어
시위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매미들의 시위가
고향의 서정이 떠올라 반갑기 그지없다
이팝나무 나뭇잎들이
바람을 불러와 환성을 터뜨린다
매미가 뜨겁게 우는 신록의 6월
마음 벽을 헐고
숨어있던 그리움도 불러낸다
고국의 뜨거운 여름이 낯설지가 않다
오랜 세월 타국에 살아오면서
내가 나를 모르고 나도 나를 모르는
갈증으로 시달릴 때
매미처럼 울고 싶을 때가 있었다
<시작 노트>
서울의 도심 속에서도 씩씩하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귓전에 커다랗게 들려온다. 하던 일을 멈추고 마음에 울림으로 전해져오는 매미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어린 시절, 솔바람 몰고 온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매미 울음소리보다 내 울음소리가 더 컸던…
고국의 여름, 인왕산이 바라다 보이는 도심의 아파트 벽에서 시위하듯 소리쳐 우는 매미울음 소리가 반갑다. 울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우는 매미처럼 주어진 삶을 치열하게 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매미로부터 삶의 진지함을 배우며 찰나의 소중함을 느낀다. 지쳐있는 여름, 매미의 울음소리는 활기를 불어 넣는 청량제와도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외로움인지, 그리움인지 한번쯤은 매미가 되어 울고 싶은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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