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도와야 ‘진짜 친구’

지난달 28일 규모 7.5의 강진에 이어 쓰나미가 덮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시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팔루 시내에서 20여 분 달려간 페토보라는 마을에서 자연재해의 위력을 절감했다. 마을 하나가 사라졌다. 진흙 더미로 뒤덮인 바로 이곳이 지진이 나기 직전 2000여 명이 살았던 마을이라는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간혹 무너진 지붕이 눈에 띄는 정도다. 마을 입구부터 군인들이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난방재청 직원의 안내로 정적이 흐르는 참혹한 재난의 현장에 들어설 때 마치 실재하지 않는 세상에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버려진 주택 한구석에는 오늘 발견된 시신이 검정 비닐 백에 쌓여 있었다. 무너질 것만 같은 진흙더미 속에서 사라진 가족의 흔적을 찾는 현지 주민의 모습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어딘지 모호해졌다.

안타깝게도 우리 동포 한 분의 시신이 발견되었던 팔루 시내 로아로아호텔은 폭격을 맞아 주저앉은 모습이었다. 무너진 호텔 건물 안에 아직도 호텔 직원 한 명이 매몰돼 있다고 한다. 한국 공군 C-130 수송기 두 대가 130동의 대형 텐트 등을 싣고 도착한 팔루공항도 관제탑이 무너진 상태였다.

인도네시아 관제사들은 공항 청사 1층 입구에 책상을 놓고 임시 관제소를 운영 중이다. 공항 청사 2층은 천장이 내려앉고 사방에 균열이 가있는 상태다. 공항 주변에는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건물의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공군 수송기가 피해지역 수송작전에 참여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전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팔루공항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일본 등의 수송기가 쉴 새 없이 구호물자를 부리고 있고 활주로 주변에 구호품이 담긴 박스가 어지럽게 쌓여가고 있다.

중부 술라웨시 전체를 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지 3주가 다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1일 생존자 수색 작업을 종료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재난방재청 직원은 현재까지 약 5000명 이상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이미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2000명을 넘어섰고 이재민도 8만 명에 이른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의 긴급의료팀이나 자원봉사 인력을 접수하지 않고 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전염병 발생 위험도 있어 외국인 자원봉사자의 방문을 사양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당일 오전에도 규모 5의 지진이 발생했다. 앞으로 복구와 재건 단계에서도 우리의 역할과 기여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처럼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진정한 친구로 다가가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팔루공항을 떠났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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