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취가 흠뻑 느껴지는 교정에 아침부터 반가운 소나기가 내려 다가올 한가위 명절에 풍성함을 더해주었다. 학생들은 떡메를 치고, 굴렁쇠를 돌리며, 새끼를 꼬아 보이도 하고 신나게 썰매를 지치기도 한다.
지난 수요일 27일 자카르타 한국 국제학교(JIKS)에서는 ‘코리안 데이’가 열려 학부모와 학생들 그리고 교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코리안 데이’는 ‘인도네시아 데이’와 함께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 (JIKS)가 격년제로 치르고 있는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다.
이날 JIKS 교정의 입구에 버티고 있던 문지기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었다. 예로부터 이들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악귀를 쫓는 효능이 있고 험상궂고 해학적인 얼굴을 하고, 나무뿌리 쪽이 머리가 되어 만들어진다. 코리안 데이의 처음과 끝을 사고 없이 잘 치르게 하리라는 염원으로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아침 7시부터 ‘철컹 철컹’ 교정에 울려 퍼지는 엿장수들의 가위질 소리로 ‘코리안 데이’가 문을 열었다. JIKS 학교 전체가 거대한 ‘한국테마파크’처럼 꾸며진 이번 행사는 크게 건물 내 행사와 옥외 행사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건물 내 행사로는 생활, 음식, 문화, 예술 등의 분야로 나뉘어 초, 중등 십여 개의 교실을 각각 다른 테마로 꾸며 체험 이벤트로 꾸며졌다. ‘전통 악기교실’에서는 장구, 가야금, 북, 징과 같은 한국의 고유악기들을 직접 연주할 수 있었고, ‘강강수월래 교실‘에서는 교사의 지도에 맞추어 신나게 원을 그리며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가 어울려 강강수월래를 돌았다.
이밖에 ’한복 체험실’,‘멧돌과 다듬이질 체험’ ‘떡메치기와 인절미 만들기’ ‘콩나물 시루에 물주기‘ 등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체험방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중앙 로비와 복도에서 열린 학생들이 마련한 ’작은 전통 소품전시회‘는 하회탈과 각시탈, 4계절 소병풍, 오색 팽이와 한지를 말아 고사리 손으로 짠 손바구니 등이 조롱조롱 매달린 청사초롱 조명아래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코너는 단연 음식코너였다. JIKS 초등학교의 전 학부모들이 참여하여 한국의 싱싱한 곡식, 야채, 과일들이 풍성하게 실물로 전시되었고, 전통장인 고추장과 된장이 만들어 지는 원리를 가르쳐 주느라 엿기름이며, 메주가루, 찹쌀가루가 등장하기도 했다.
김치코너에서는 총10여종이 넘는 잘 익은 한국김치가 먹음직스럽게 소개되었고, 장아찌도 10여종, 젓갈류 반찬들도 놓여졌다. 지글지글 부쳐지는 전들도 빠지지 않았다. 야채전과 김치전, 김밥과 떡볶이, 화채, 인절미, 그리고 여러 가지 꽃문양으로 찍어내는 ‘다식’ 등은 행사 내내 방문객들과 학생들의 궁금한 입을 즐겁게 채워줬다.
옥외행사는 한국의 4계절 전통놀이들을 체험하는 코너로 이루어졌다. 봄놀이 코너에는 ‘꽃가마 타기‘,’투호놀이’,‘새끼줄 꼬기, 여름놀이에는 ’민물고기 손으로 잡아보기‘,’물총놀이‘, 가을놀이에는 ’도리깨질과 탈곡하기, 지게지기 등이 마련되었고, 겨울놀이는 ‘눈썰매장과 팽이치기’, ‘굴렁쇠 굴리기와 썰매타기’등 학생들과 방문객들을 쉴 틈 없이 뛰어 놀게 만들었다.
코리안데이 기념 무대 공연 또한 풍성했는데, 8학년 차정민 군의 가야금 공연과, 2학년 학생들의 깜찍한 소고춤, 전 학년이 어울린 경쾌한 태권무 공연 그리고 하이라이트였던 부채춤은 이 학교 인니어 교사인 송삼순 교사가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짬짬이 이용해 지도한 무대로 약 30여명이 거대한 부채꽃과 파도타기를 선보여 관객들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행사의 모든 코너들은 학부모 자원 도우미들과 이미 수시 지원을 마치고 졸업을 앞둔 12학년 학생들이 운영을 맡았다.
과연 인도네시아의 한인교육을 대표하는 JIKS 다운 행사였다. 국제화 교육을 강조하는 요즘 세태에 너도나도 영어교육에만 전념하고 문화와 정서마저 영어식으로 키우고 있는 무늬만 한국인인 우리는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진정한 글로벌 리더는 자국의 전통과 정서를 알아야함이 우선이다.
내 아이가 서양의 풍습과 언어 몸짓에 능숙하다 하여 뿌듯해 하는 부모가 되기보다는 그들이 내 나라를 사랑하고 가슴 뭉클해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을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 교육의 최우선이 아닐까. 이날 코리안 데이를 즐겼던 JIKS 학생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한국을 자랑스러워했고, 한가위 명절 즈음 맑은 가을하늘 아래 한국의 들판 어딘가를 콧구멍이 새까맣도록 뛰어 다니던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JIKS 백우정 교장은 이번 코리안 데이를 마련하면서 무엇보다도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JIKS의 모든 학부모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직스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잊지 않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의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고 축사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인근 인도네시아 현지학교 학생들이 그룹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인도네시아 대학생들과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중고생 동아리들도 방문하여 한국의 정서를 마음껏 누렸다. ‘JIKS 코리안 데이’는 격년으로 추석을 앞두고 마련된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데이’가 치러질 예정이다. <글 한인포스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