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하얀 털과 푸른색 눈을 지닌 알비노(백색증) 오랑우탄이 보르네오 섬 오지에서 구조됐지만, 열성인자를 전파할 우려 때문에 평생 시설에 갇혀 살 신세가 됐다.
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제환경보호단체 보르네오오랑우탄생존재단(BOSF)은 지난달 27일 서칼리만탄주(州) 카푸아스 훌루 지역 오지 마을 탕가링에서 붙잡힌 흰색 오랑우탄을 숲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을 주변을 배회하다가 주민들에게 붙들린 이 5살짜리 암컷 오랑우탄은 이틀 뒤 경찰에 압수됐고, 현재는 BOSF 오랑우탄 재활센터에 수용돼 있다.
BOSF는 보통 이렇게 구조된 오랑우탄을 치료한 뒤 야성을 잃기 전에 원서식지에 방사해 왔다.
하지만 자마르틴 시히테 BOSF 이사장은 “알비노는 유전 질환”이라면서 “이 오랑우탄을 방사할 경우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르네오 섬에 사는 오랑우탄의 털색깔은 적갈색으로 주변 열대우림에서 보호색 역할을 한다.
반면 알비노 오랑우탄은 전신의 털과 피부가 흰색이고 푸른 눈을 갖고 있기에 천적이나 밀렵꾼의 표적이 되기 쉽고, 태양빛에도 약해 시력장애와 피부암 등 문제를 겪기 쉽다는 것이 자마르틴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르네오 섬과 수마트라 섬에만 남아 있는 오랑우탄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이다.
보르네오 섬에는 현재 약 10만 마리의 오랑우탄이 살고 있지만, 이는 1973년 추정치인 28만8천500마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오랑우탄이 멸종위기에 몰린 것은 팜오일과 고무나무 농장 개간 등이 진행되면서 열대우림이 급격히 훼손된 결과다.
인도네시아 현지 주민들이 오랑우탄을 애완동물 삼아 키우는 관행도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오랑우탄의 야생개체수가 2025년까지 4만7천마리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