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 JF3 패션 페스티벌] 3D 아트가 빚어낸 ‘인간 연결의 서사’… OHGYO, 자카르타에서 ‘JULY SEVEN’으로 예술적 정체성 재정의

‘2026 BRI JF3 패션 페스티벌’ 홍보물

패션·순수예술·퍼포먼스 융합한 통합 예술 프로젝트 선보여

동아시아 설화·자연·철학 기반의 20개 룩 통해 ‘치유와 재연결’ 메시지 전달

트렌드 배제하고 ‘착용 가능한 예술’로 지속가능한 패션의 새 지평 제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BRI JF3 패션 페스티벌’에서 K-아트의 새로운 실험무대로 부상했다. 한국 기반의 예술 패션 브랜드 OHGYO(오혜영)가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자카르타 수마레콘 몰 끌라빠 가딩(Sumarecon Mall Kelapa Gading) 내 패션 빌리지에서 열리는 ‘BRI JF3 패션 페스티벌’에 참가해 첫 패션 컬렉션 ‘JULY SEVEN(줄리 세븐)’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OHGYO의 인도네시아 데뷔 무대이자, 3D 아트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패션 컬렉션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현지 패션계 및 예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계절과 트렌드를 초월한 ‘착용 가능한 3D 아트’

OHGYO의 이번 컬렉션 발표는 통상적인 패션쇼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계절적 유행이나 상업적 트렌드에 기인하지 않고, 오히려 순수예술 프로젝트로서의 성격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JULY SEVEN은 디자이너 오혜영이 수년간 철학과 예술을 통해 탐구해 온 ‘인간과 삶의 경험’에 대한 질문, 즉 사랑과 상실, 연결과 단절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입체적인 의복으로 치환한 결과물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컬렉션이 3D 아트 프로젝트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가상 공간 속 디지털 조형물을 현실의 직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OHGYO는 패션을 단순한 신체의 덮개가 아닌, 감정과 기억을 담는 ‘움직이는 조각’으로 재정의했다. 오혜영 아티스틱 디렉터는 “JULY SEVEN은 트렌드나 계절적 유행에서 시작된 브랜드가 아니다”라며 “사랑과 상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감정은 모두 이 컬렉션의 중요한 영감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각 의상은 하나의 고유한 감정을 나타내며, 모델의 움직임, 음악, 영상, 조명이 하나의 연속적인 이야기로 엮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쇼는 런웨이와 전시가 동일한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통합 예술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관객은 단순히 의상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운드, 퍼포먼스, 시각 예술이 결합된 하나의 거대한 서사 속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패션쇼를 ‘상품 발표회’가 아닌 ‘예술적 체험’으로 격상시키려는 OHGYO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다.

◇ 견우직녀 설화에서 차용한 ‘연결’의 메타포

컬렉션명 ‘JULY SEVEN’과 브랜드명 ‘OHGYO’에는 동아시아의 전통 설화가 깊이 투영되어 있다. 음력 7월 7일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진 연인이 까마귀와 다리가 되어 만든 다리(오작교) 위에서 재회한다는 견우직녀 설화는 만남, 사랑, 운명, 이별, 그리움, 그리고 재회의 주제를 함축한다.

브랜드명 OHGYO는 한국어로 ‘까마귀 다리’를 뜻하며, 이는 사람과 사람, 사랑과 기억, 회화와 패션, 이별과 치유를 연결하는 상징적 다리로서 기능한다. 컬렉션 전반에 흐르는 자연의 이미지도 이러한 철학적 맥락 위에 놓여 있다. 숲은 고요함과 내면의 자아를, 바다는 시간과 흐름을, 안개는 기억과 불확실성을, 밤하늘은 거리와 희망을, 은하수는 이별과 재연결을 상징한다. 오 디렉터는 “우리는 패션의 언어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상처를 극복하며, 궁극적으로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가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 건축적 실루엣과 젠더 플루이드 미학의 조화

디자인적 측면에서 JULY SEVEN은 예술적 표현과 착용성 사이의 정교한 균형을 추구한다. 총 20개의 룩(남성복 8개, 여성복 12개 및 피날레 룩 1개)으로 구성된 컬렉션은 젠더 플루이드(gender-fluid)한 실루엣을 기반으로 한다. 3차원적·건축적 형태, 구조적인 패턴 재단, 비대칭 구성, 드레이핑과 통제된 볼륨, 레이어드 스타일링 등이 특징이며, 블랙 중심의 절제된 팔레트는 감정의 무게를 시각적으로 응축한다.

소재 선택 역시 철저한 개념적 접근에 기반한다. 무게, 질감, 투명도, 강성, 움직임에 대한 반응을 기준으로 구조적인 소재와 유동적인 소재를 혼용하여 절제와 자유, 긴장과 이완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이는 동아시아 무예인 유도, 궁술, 검술에서 끌어온 ‘절제된 힘’과 ‘다시 일어서는 균형’의 미학을 현대적 재단으로 해석한 것이다. 모든 참조점은 결국 인간의 감정과 연결로 귀결되며, 의상은 신체를 감싸는 물질을 넘어 정신적 상태를 외현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 ‘기억을 축적하는 옷’…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해석

OHGYO가 제시하는 지속가능성은 환경적 차원을 넘어선다. 트렌드 중심의 대량 생산을 거부하고 소규모의 신중한 제작 방식, 주문 제작 시스템, 잉여 재고 최소화 등을 실천하지만, 그 핵심에는 ‘사람과 의류의 관계 변화’라는 철학이 자리한다.

브랜드 측은 “의류는 착용되고, 수선되며, 간직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 가치를 잃기보다 기억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와 계절을 초월한 디자인은 소비의 속도를 늦추고, 소유자가 옷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덧입힐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패스트 패션 시대에 잊혀졌던 ‘옷의 수명’과 ‘정서적 가치’를 복원하려는 시도이자, 창작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판매 방식 또한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다. 사이즈, 소재, 일정에 따라 한정 수량의 즉시 구매 제품과 주문 제작 제품을 병행하며, 바이어와의 도매 거래 역시 개별 협의를 통해 유연하게 진행한다. 이는 표준화된 유통 구조에 맞추기보다, 작품의 완성도와 고객의 경험을 우선시하는 예술 브랜드로서의 태도를 보여준다.

◇ K-아트 패션의 글로벌 확장… 정부 기관 지원 속 개최

한편, 이번 BRI JF3 패션 페스티벌은 수마레콘의 주도로 개최되며 DKI 자카르타 주정부, 인도네시아 공화국 관광부, 창조경제부, 법무부 산하 지식재산권 총국 등 주요 정부 기관의 공식 지원을 받는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패션과 문화 콘텐츠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며, OHGYO의 참여가 단순한 민간 교류를 넘어 양국 간 문화·창조경제 협력의 일환임을 시사한다.

OHGYO는 한국인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오혜영이 설립한 예술 기반 패션 브랜드로, 2020년 개인전 《Human Connection》에 출품된 다섯 점의 회화에서 JULY SEVE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혜영이 콘셉트와 서사, 실루엣을 총괄하고, 전경민 브랜드 디렉터가 프로젝트 관리와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박성윤 디자이너가 그래픽 및 비주얼을 담당하는 등 각 분야 전문가의 협업 체계로 운영된다. 무대 연출, 조명, 영상, 사운드, 안무 등은 BRI JF3 패션 페스티벌 제작팀과 공동 개발되어 현지 인프라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같은 행사에서는 컨템퍼러리 레이블 스튜디오 디 펄라(백진주)도 신규 컬렉션 ‘APORIA’를 공개하며, 성별·계층·문화적 경계 해체를 주제로 한 또 다른 K-패션의 목소리를 더할 전망이다.

자카르타 패션 빌리지에서 펼쳐질 OHGYO의 JULY SEVEN이 아시아 패션 시장에서 K-아트의 위상을 어떻게 확장시킬지, 그리고 ‘인간적 연결’이라는 보편적 메시지가 국경을 넘어 어떤 공명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기사제공: ‘BRI JF3 패션 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