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글.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출입국 실무와 재판과정에서 재외동포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법, 즉 유령과 같은 법처럼 취급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하여 말하려는 것이다.
국내에 재외동포 체류자격(F4)으로 체류하고 있는 재외동포가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것을 이유로 출입국 당국으로부터 출국명령을 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에 의할 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를 받고 석방’되면 기본적으로 추방의 대상이 되는데 ‘벌금형’을 받은 경우도 일정한 액수 이상이 되면 추방의 대상으로 처리되고 있다.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출국명령처분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외동포는 역사적인 특수성과 재외동포법의 취지에 의할 때 순수 외국인과 다르므로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는데 출입국 당국의 처분이 그렇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출입국 당국은 역사적인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재외동포들의 현재 법적 지위는 일반적으로 외국국적을 가진 외국인으로 보아야 하고, 재외동포라고 하여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곤 한다.
출입국 당국의 주장처럼, 재외동포의 현재 법적 지위는 일반적으로 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재외동포법에 따라 재외동포 체류자격(F4)을 취득한 동포는 그렇지 않은 외국적동포와는 달리 재외동포법의 적용을 받게 되며, 따라서 재외동포법에 따른 보호를 당연히 받게 된다는 점에서 ‘재외동포라고 하여 특별하게 대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출입국 당국의 주장은 재외동포법의 제정취지와 그 내용에 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원은 출입국 당국의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 재외동포법은 유령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타당한 것일까. 재외동포법이 없으면 또 모르겠으나 엄연히 현행법으로 시행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999년도에 제정된 재외동포법의 제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구촌시대 세계경제체제에 부응하여 재외동포에게 모국의 국경 문턱을 낮춤으로써 재외동포의 생활권을 광역화·국제화함과 동시에 우리 국민의 의식형태와 활동영역의 국제화·세계화를 촉진하고, 재외동포의 모국에의 출입국 및 체류에 대한 제한과 부동산 취득·금융·외국환 거래 등에 있어서의 각종 제약을 완화함으로써 모국투자를 촉진하고 경제회생 동참 분위기를 확산시키며, 재외동포들이 요구하는 이중국적을 허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병역, 납세, 외교관계에서의 문제점과 국민적 일체감 저해 등의 부작용을 제거하면서 이중국적 허용 요구에 담긴 애로사항을 선별 수용함으로써 모국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영주할 목적으로 해외에 이주한 동포 중 상당수가 모국과의 관계가 단절된다는 고립감과 모국에서의 경제활동 제약, 연금 지급 정지 등을 걱정하여 거주국의 국적취득을 꺼리고 거주국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재외동포들이 거주국의 국적을 취득·정착하여도 모국과의 관계가 단절되지 아니하도록 하는 등 거주국 정착을 유도하려는 것임.”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01년 11월 29일 선고한 99헌마494결정을 통해,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에서 현재 외국 국적인 재외동포 중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기 이전에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 및 그 직계비속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부 수립 이전 해외이주 동포를 차별하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로 인해 재외동포법은 2004년 3월 5일 개정되어 정부 수립 이전 해외이주 동포(대표적으로 중국동포가 이에 해당함)까지 모두 적용대상에 포함하게 되었다.
이를 종합하면, 재외동포법은 해외로 이주한 우리 동포의 후손에 대해, 순수 외국인들에 비해 모국에의 출입국 및 체류에 대한 제한을 특별히 완화하려는 취지에서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외동포들에 대하여 재외동포법에 따른 특별한 고려를 해주어야 할 출입국 당국이 위와 같은 재외동포법의 취지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은 왜 그럴까?
(재외동포신문-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