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여파, 인도네시아 플라스틱 포장재 대란 식품 공급망 ‘적신호’

플라스틱 포장재

ID Food, 원자재 조달 차질 공식 확인…가격 최대 3배 폭등·생산 중단 사태까지

■ 요약
– 원인: 이란·미국·이스라엘 간 중동 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석유화학 원자재 공급망 교란
– 현황: 국내 플라스틱 상류 산업 생산량이 생산 능력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 일부 공급업체 생산 전면 중단
– 가격: 생산자 단계 30~60% 상승, 유통 단계 최대 200~300% 폭등 사례 보고
– 영향: 쌀·식용유·설탕 등 6대 전략 식품 포장 및 정부 비축 식량 프로그램 차질 우려
– 수입 의존도: 국내 생산이 수요의 50~60% 충당에 불과, 나머지 40~50%는 중동·중국 등 수입 의존

【자카르타 = 한인포스트】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분쟁이 인도네시아 식품 산업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국영 식품 기업 PT 라자왈리 누산타라 인도네시아(Persero), 이하 ID Food는 식품 포장재 제조에 필수적인 플라스틱 원자재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번 사태는 일시적 수급 불균형에 그치지 않고, 국내 식품 유통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태의 발단: 중동발 공급망 충격

이번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 지역에서 격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분쟁에서 비롯됐다.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자재인 폴리에틸렌(PE) 및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유통이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및 에너지 관련 원자재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에 놓이면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석유화학 원자재 수입에 직격탄이 가해졌다.

인도네시아는 플라스틱 원자재의 핵심 중간 원료인 납사(naphtha)를 중동 지역으로부터 주로 수입해 왔다. 이 납사를 국내에서 정제·가공하여 플라스틱 포장재를 생산하는 구조이나, 현재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생산 능력은 국내 총수요의 50~60%를 충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나머지 40~50%는 중동 및 중국 등 해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국내 산업이 즉각적으로 타격을 받는 취약한 구조가 이번 사태를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 ID Food 대표, 국회 회의서 현장 어려움 직접 토로

ID Food 대표이사 기모요(Ghimoyo)는 지난 2026년 4월 7일 화요일 자카르타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하원 제4위원회(Komisi IV DPR RI) 업무회의에 출석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기모요 대표이사는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아니 이미 화제를 넘어 식품 업계 종사자인 저희가 직접 느끼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 바로 포장재 문제”라고 강조하며, “모든 공장에서 플라스틱 원료 부족이 이미 체감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단순히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식품 산업 전반에 구조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중대한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기모요 대표이사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모든 식품, 모든 비료, 모든 쌀이 플라스틱 포대를 사용하고 있다. 킬로그램 단위 포장재나 식용유 용기도 같은 소재를 사용한다”고 말하며, 플라스틱 원자재 부족이 단순히 한두 가지 제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식품 유통 전 영역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 정부 비축 식량 프로그램에도 차질 우려

이번 플라스틱 포장재 공급 부족은 일반 상업적 식품 유통에 그치지 않고, ID Food가 위탁 수행 중인 각종 정부 프로그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모요 대표이사에 따르면, ID Food는 현재 정부 비축 식량(CPP·Cadangan Pangan Pemerintah) 관리 및 유통을 적극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반추동물 육류, 닭고기, 달걀, 설탕, 식용유, 고등어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6대 전략 물자의 수급 안정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 품목은 모두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제품들로, 원자재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 차원의 식량 안보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ID Food는 국가식품청(Badan Pangan Nasional)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저렴한 식품 공급 운동(GPM·Gerakan Pangan Murah)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6년 전국에 걸쳐 총 1,900개 거점에서 운영되는 이 사업에서 ID Food는 약 420개 거점을 단독 담당하고 있다. 플라스틱 포장재 부족이 심화될 경우 이 프로그램의 정상적인 운영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 생산 현장 ‘비상’…업계 단체도 심각성 경고

국내 식음료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인도네시아 식음료 제조업체 연합회(Gapmmi)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공식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가프미 아디 S. 루크만(Adhi S. Lukman) 회장은 국내 플라스틱 상류 산업의 가동률이 생산 능력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공급업체의 경우 원자재 확보 자체가 불가능해 생산 라인 전체를 멈춘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 측면에서도 상황은 심상치 않다. 아디 회장에 따르면, 플라스틱 원자재 가격은 생산자 단계에서 이미 30~60% 급등한 상태이며, 유통 단계에서는 재고 부족을 이유로 가격을 최대 200~300%까지 올린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는 “일부 플라스틱 유통업체들이 재고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가격을 최대 100%까지 인상했다는 정보를 접했다. 수요는 있는데 재고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 급등은 포장재 제조 원가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구매하는 식품 최종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기모요 ID Food 대표이사는 현재 시점에서 플라스틱 가격 인상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직접 전가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공급 부족 문제만 있는 상태”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 수입 구조 분석: 중국·태국·한국 의존, 아시아도 ‘내수 우선’ 전환

인도네시아 중앙통계청(BPS)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6년 2월 인도네시아의 플라스틱 및 플라스틱 제품(HS 코드 39번) 수입액은 총 8억 7,320만 달러(약 147조 8,000억 루피아, 적용 환율 1달러 = 16,927루피아)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3억 8,010만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태국이 8,270만 달러, 한국이 6,670만 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이란과 분쟁 중인 미국으로부터도 2,990만 달러 상당의 플라스틱 제품을 수입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는 1,490만 달러어치를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도 주요 공급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다변화된 수입 구조에도 불구하고, 중동 분쟁의 여파는 아시아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 공급국들이 자국 내 공급 안정을 우선시하는 ‘내수 우선 정책’으로 전환하며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가는 향후 수급 불안에 대비해 자국 내 재고 비축에 나서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인도네시아의 수입 다변화 전략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구조적 취약성 노출…장기적 대응책 마련 시급

이번 사태는 인도네시아 식품 산업이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생산 능력이 수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현실에서, 중동이나 특정 국가로부터의 원자재 공급이 차단되면 식품 생산 전반이 즉각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 및 비축 물량 확대를 통해 수급 충격을 완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플라스틱 대체 포장재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전략 원자재에 대한 비축 제도를 마련하고, 공급망 충격에 대비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관련 업계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시적 공급 차질로 보지 않고, 국가 식량 안보 차원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중동 정세의 향방에 따라 이번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와 업계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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