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 논란에 선 인도네시아 생수 업계… “산에서 땅속에서”

국회서 8대 업체 입장 표명… 아쿠아 “산악 수자원” vs 르미네랄레 “심층 지하수” 주장
소비자 알 권리 보장 위한 투명성 요구 거세져… 라벨링 및 광고 규제 강화 전망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지반 침하가 계속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생수 시장을 둘러싼 ‘수원지(水源地)’ 논란이 마침내 국회 청문회 테이블에 올랐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급성장해 온 인도네시아 생수(AMDK, Air Minum Dalam Kemasan) 시장이 원료인 ‘물’의 근원을 두고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국내 8대 생수 제조업체들은 국회에 출석하여 각사 제품의 수원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광고 문구와 실제 취수 방식의 차이에 대한 대중의 의혹에 답했다.

지난 11월 10일 월요일, 자카르타 스나얀 국회의사당에서 인도네시아 국회(DPR RI) 제7위원회 주관으로 산업부 농산업총국과 주요 생수 제조업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문회(Rapat Dengar Pendapat)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는 “산에서 온 깨끗한 물”이라는 광고 문구가 실제로는 깊은 땅속에서 시추한 지하수가 아니냐는 사회적 논란이 확산됨에 따라,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업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국회, “소비자 혼란 야기… 정확한 정보 공개해야”

이날 청문회를 주재한 국회 제7위원회 살레 파르타오난 다울라이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생수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필수 소비재인 만큼, 제조업체들은 수원지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물이 산에서 왔다면 명백히 산수(山水)라고 밝히고, 시추한 지하수라면 그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현재 ‘산악 수자원’, ‘심층 지하수’ 등 혼재되어 사용되는 용어의 정의를 명확히 하여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부 업체들이 산악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내세워 마치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샘물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수십에서 수백 미터 깊이의 지하를 시추해 물을 끌어올리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다.

엇갈린 주장: “산악 수자원” vs “심층 지하수”

청문회에 출석한 8개 제조업체 대표들은 자사 제품의 수원지와 취수 방식에 대해 각기 다른 설명을 내놓으며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인 아쿠아(Aqua)는 자사 제품의 원수가 ‘산악 수자원(sumber daya air pegunungan)’이라고 정의했다. 아쿠아 측 관계자는 “수문지질학적 연구를 통해 검증된 산악 지대의 보호된 대수층(aquifer)에서 물을 취수한다”며, “시추는 오염되지 않은 깊은 곳의 대수층에 도달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일 뿐, 물의 근원은 명백히 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시추 행위 자체보다는 물이 함양되고 순환하는 생태계의 근원이 산악 지역임을 강조한 논리다.

반면, 아쿠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르미네랄레(Le Minerale)는 ‘심층 지하수(deep groundwater)’를 원수로 사용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르미네랄레 측은 “고지대 함양 지역의 80~120m 깊이에 위치한 심부 대수층에서 직접 취수하여 외부 오염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된 물”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요 업체인 클레오(Cleo) 역시 “인도네시아 전역에 위치한 32개 공장에서 모두 심층 지하수를 취수하고 있으며, 이는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최선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 업체들의 설명도 제각각이었다. 프리스틴(Pristine)은 서부 자바 팡랑오산의 지표수 샘물을 원수로 사용한다고 밝혔으며, RON 88과 알 마으숨(Al Ma’soem)은 각각 반둥 지역 만달라왕이산과 망라양산맥의 자연 샘물을 ‘시추 없이’ 중력에 의해 자연적으로 흐르는 방식으로 취수한다고 강조하며 차별점을 부각했다.

한편 아미디스(Amidis)는 심층 지하수를 원수로 사용하지만, 이를 여러 단계의 증류 과정을 거쳐 모든 미네랄과 불순물을 제거한 ‘증류수’로 판매한다고 밝혀, 수원지의 특성보다는 가공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투명성 확보 위한 제도 개선 시급… 업계 관행 변화 예고

이번 청문회는 인도네시아 생수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체별로 수원지에 대한 정의와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은 결국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회 제7위원회는 청문회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청(BPOM)과 협력하여 제품 라벨링과 광고에 수원지 정보를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표기하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자연 샘물’, ‘시추 지하수’, ‘정제수’ 등으로 수원 유형을 명확히 구분하고, 취수 지역과 깊이 등의 정보를 병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깨끗함’과 ‘자연’이라는 추상적인 이미지만을 강조해 온 마케팅 관행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번 논의를 계기로 각 업체가 자사 제품의 특성과 강점을 보다 정직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소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물’의 근원을 둘러싼 이번 논쟁이 인도네시아 생수 산업 전반에 정직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새로운 표준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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