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아세안 에너지 허브’ 도약 선언… 600조 루피아 투자 유치로 전력망 통합 가속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3차 아세안 에너지장관회의(AMEM) 2025.10.16

제43차 아세안 에너지장관회의서 비전 발표… 말레이시아 넘어 역내 전력망 통합(APG) 주도 의지
향후 10년간 4만 8천km 송전망 신설, 민간 투자 유치로 프로젝트 동력 확보

[자카르타=한인포스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해법 모색에 나선 가운데, 역내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에너지 허브’로의 도약을 공식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아세안 전력망(APG) 통합을 가속화하고, 약 600조 루피아(한화 약 52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3차 아세안 에너지장관회의(AMEM)에 참석한 율리옷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ESDM) 차관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와 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율리옷 차관은 “아세안의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이 지역의 에너지 허브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래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제시한 핵심 전략은 ‘아세안 전력망(ASEAN Power Grid, APG)’을 통한 국가 간 상호연결 강화이다. APG는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전력망을 하나로 묶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특정 국가의 전력 부족 사태 발생 시 인접국이 잉여 전력을 공급하여 역내 전체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핵심 협력 프로그램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와 칼리만탄-사라왁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상호연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약 2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수입하고 있다.

율리옷 차관은 “기존 협력 사업의 허가 연장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이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향후 아세안 전역으로 국가 간 전력 공급망을 확대하여 역내 에너지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야심 찬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전력 인프라 확충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정부는 국가 전력공급 사업계획(RUPTL)에 따라 향후 10년간 총 4만 8,000 회선킬로미터(kms)에 달하는 신규 송전망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는 급증하는 국내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이웃 국가들과의 원활한 에너지 연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 시설 투자이다.

관건은 막대한 재원 조달이다. 정부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투자 규모를 약 600조 루피아로 추산하고,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율리옷 차관은 “총 투자액은 정부 재원만으로는 감당하기 불가능하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며, “국가 전력망 구축과 아세안 통합 사업 전반에 걸쳐 민간 부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민관협력(PPP) 방식을 통해 프로젝트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지역 에너지 안보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상호 연결된 전력 시스템을 바탕으로 아세안 전체의 경제 경쟁력까지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AMEM 포럼에서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에 발맞춰 에너지 안보, 경제성, 지속가능성이 균형을 이루는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율리옷 차관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어떤 회원국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를 고려한 공정하고 포용적인 접근 방식을 촉구해 회원국들의 공감을 얻었다.

인도네시아의 ‘아세안 에너지 허브’ 선언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 확대를 넘어, 아세안의 경제·에너지 공동체 통합을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네시아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역내 협력을 통해 에너지 지형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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