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인, 브로모산 무단 패러글라이딩에 주민 공분… 도 넘은 일부 한국 관광객의 일탈 행위 ‘눈살’

신성한 자연유산에서 벌어진 위험천만한 비행… 현지 법과 문화 무시한 행동에 인도네시아 사회 ‘공분’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 지역이자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동부 자바(Jawa Timur) 브로모(Bromo)산 국립공원에서 한 한국인 관광객이 무단으로 패러글라이딩을 감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현지 법규와 신성한 지역 문화를 완전히 무시한 이 같은 일탈 행위에 인도네시아 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으며, 최근 발리에서 발생한 또 다른 한국인 관광객의 사원 제물 훼손 사건과 맞물려 한국 관광객 전체의 이미지 실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소셜미디어에는 한 남성이 브로모산의 광활한 화산재 지형인 ‘모래 바다(Laut Pasir)’ 상공을 패러글라이딩으로 비행하는 24초 분량의 영상이 급속도로 퍼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상 속 남성은 흰색 재킷과 헬멧을 착용하고 주황색 낙하산을 이용해 텡게르(Tengger)족이 신성시하는 바똑산(Gunung Batok) 방향으로 아슬아슬한 단독 비행을 이어갔다.

브로모 뜽어르 스메루 국립공원(TNBTS) 지역에서 패러글라이딩 활동을 하는 한국인 추정 바이럴 영상.2025.9

사건을 인지한 브로모 뜽어르 스메루 국립공원 관리청(Balai Besar Taman Nasional Bromo Tengger Semeru, BB TNBTS)의 조사 결과, 이 사건은 약 두 달 전인 2025년 7월 30일, 국립공원 관리청 관할 구역 내 르마 파사르(Lemah Pasar) 인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립공원 측은 해당 인물이 인도네시아인이 아닌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밝혔고, 현지 여행 가이드인 에펜디(Efendy) 씨의 증언을 통해 그가 직접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가져온 한국인 관광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에펜디 씨는 현지 언론 데틱닷컴(Detik.com)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현지인인 줄 알았으나, 확인 결과 한국인 관광객이었다”며 “그는 비행을 마친 직후 발리(Bali)로 이동한 것으로 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무단 패러글라이딩 사건은 단순한 규정 위반을 넘어, 현지 문화와 종교적 가치를 훼손한 행위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브로모산 국립공원은 단순한 자연 관광지가 아니라, 텡게르 부족 사회가 대대로 신성하게 여겨온 문화유산이자 종교적 성지이다.

셉티 에카 와르다니(Septi Eka Wardhani) 국립공원 관리청 행정국장은 “우리는 해당 지역에서의 패러글라이딩 활동을 절대 허가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밝히며 “특히 브로모 지역은 텡게르 주민들에게는 매우 신성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공원 측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간단한 드론 촬영조차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할 만큼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생태계 교란과 안전사고 위험이 큰 패러글라이딩은 명백한 금지 행위이다.

아리프 에코 와휴디(Arif Eko Wahyudi) 동부 자바 패러글라이딩 협회장 역시 “우리 패러글라이딩 커뮤니티는 브로모 지역에 신성한 구역이 있음을 인지하고 존중하며, 활동 시 항상 사전 협의를 거친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은 어떠한 통보나 허가 요청도 없었던 명백한 개인의 돌출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태가 확산되자 호피파 인다르 파라완사(Khofifah Indar Parawansa) 동부 자바 주지사도 직접 나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안타라(Antara) 통신을 통해 “브로모는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보존 구역이자, 신성한 텡게르족의 문화유산이며, 2015년부터 유네스코가 인정한 생물권 보전 지역의 일부”라고 강조하며 국립공원 관리청의 신속한 대응에 감사를 표했다. 호피파 주지사는 “환경을 훼손하거나, 관광객의 안전을 무시하거나, 지역 문화 가치를 해칠 수 있는 어떠한 활동에도 관용은 없다”며 정부, 보안 당국, 관광업계, 지역 사회 등 모든 관계자가 유사 행위 방지를 위한 감독과 법 집행을 강화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 여성 관광객, 발리의 고아 라자(Goa Raja) 사원에서 제물 유물 훼손 사건

지난 8월 8일 현지 언론이 보도한 40대 한국 여성 관광객 A씨가 고아 라자(Goa Raja) 사원 제물을 버리고 파손한 사진. 한인포스트

이러한 가운데, 과거 발리에서 벌어졌던 한국인 관광객의 만행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며 한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40대 한국 여성 관광객 A씨가 발리의 고아 라자(Goa Raja) 사원에서 힌두교 제물을 훼손하고 유물을 파손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당시 A씨가 우산, 항아리, 꽃병 등 신성한 제물을 부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의 큰 공분을 샀다.

잇따라 터져 나온 일부 한국인 관광객들의 몰지각한 행동은 ‘K-컬처’ 열풍으로 쌓아 올린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법규와 문화를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동반되지 않은 해외여행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외교적 마찰과 국가 이미지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편집부 /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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