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 인도네시아 시위의 ‘핑크-녹색’ 상징 주목… “저항과 연대의 색채”

인도네시아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17+8 국민 요구안(17+8 Tuntutan Rakyat) 운동 이미지. 2025.9.2

2025년 8월 말부터 인도네시아 전역을 휩쓴 대규모 시위가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해외 주요 언론들은 시위대가 저항의 상징으로 내세운 ‘핑크색’과 ‘녹색’의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이 두 가지 색이 어떻게 시민 연대의 구심점이 되었는지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지난 9월 3일을 기점으로 인도네시아의 거리와 온라인 공간은 핑크색과 녹색 물결로 뒤덮였다. 이는 정부의 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과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상징적 행위로, ‘브레이브 핑크(Brave Pink)’와 ‘히어로 그린(Hero Gree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빠르게 확산했다.

핑크색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찰 병력과 대치하던 한 여성이 착용한 핑크색 히잡에서 유래했다. 프랑스 유력 언론 프랑스24(France24)는 이 여성의 사진을 보도하며 “시민 용기의 아이콘”이라 칭했다. 이후 핑크색은 억압에 맞서는 용기와 페미니즘 정신을 아우르는 저항의 색으로 자리매김했다.

녹색은 지난 8월 28일 시위 현장에서 경찰 전술차량에 치여 숨진 온라인 오토바이 기사 아판 쿠르니아완 씨가 입고 있던 녹색 재킷에서 비롯되었다. 외신들은 녹색이 그의 희생을 기리고, 평범한 시민들의 삶의 희망과 연대를 상징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징주의는 오프라인 시위를 넘어 디지털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브레이브 핑크 히어로 그린’ 캠페인 생성기 제작자 중 한 명인 아낭 마르조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색상의 조합은 소셜 미디어상의 담론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으며, 지난 한 주간의 시위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많은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은 ‘브레이브 핑크’와 ‘히어로 그린’ 문구가 적힌 필터를 이용해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며 연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AFP통신은 족자카르타시의 한 교차로에 핑크색과 녹색으로 칠해진 ‘시스템을 리셋하라(Reset System)’는 그래피티가 등장한 사실을 전하며, 두 색상이 경제적 불평등과 국회의원의 호화 시설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시위에서 연대의 상징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한편, 영국 BBC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문제도 조명했다. 유엔(UN) 인권사무소 역시 시위 진압 중 발생한 인권 침해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며 투명한 조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의 상황에 이웃 국가들의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청년들은 지지 시위를 열고, “양국이 때로 다투기도 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인도네시아 국민의 투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지지의 목소리를 냈다.

핑크와 녹색으로 상징되는 이번 시위는 단순한 정책 비판을 넘어, 인도네시아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자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연대의 메시지로 평가받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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