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원전 건설 본격화…미·중·러 등 5개국 각축전 속 한국의 행방은?

▲한국수력원자력, PLN 누산타라 파워 관계자들이 2023년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i-SMR 개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 자립 및 206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위한 핵심 동력으로 원자력 채택 정부,
투자 제안서 공식 검토 착수…사회적 수용성과 안전 규제 마련 등 신중론도 병행

[자카르타= 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정부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확보와 206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포함한 5개국이 초기 투자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그동안 인도네시아 원전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한국의 이름이 공식 후보군에서 언급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에너지 자립’ 향한 원전 드라이브…5개국, 투자 제안서 제출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전 개발에 관심을 표명한 5개국의 제안서를 공식 접수하고 면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바흐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은 지난 25일 자카르타(Jakarta) 대통령궁에서 열린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인도네시아 원전 개발에 관심을 표명한 4~5개국의 제안서를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주요 관심 국가로 캐나다(Kanada)와 러시아(Rusia)를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기술 모델이나 우선 협상 대상국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초기 단계”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까지 투자 의향을 밝힌 국가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코퍼레이션(Westinghouse Electric Corporation) ▲중국의 국영 원자력 회사인 중국핵공사(CNNC, China National Nuclear Corporation)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Rosatom) 등이며, 이 외에 캐나다와 일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기술력과 자본을 앞세워 세계 최대의 섬나라 인도네시아의 차세대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정부의 강력한 의지…장기 에너지 계획에 원전 공식화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번 원전 건설 추진은 일시적인 정책이 아닌, 국가의 장기적인 에너지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2025-2034년 전력공급사업계획(RUPTL, Rencana Usaha Penyediaan Tenaga Listrik)’에 각각 250메가와트(MW)급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포함시키며, 원자력을 신뢰할 수 있고 깨끗하며 저렴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는 최근 인도네시아 하원에서 승인된 ‘국가에너지정책(KEN, Kebijakan Energi Nasional)’의 방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해당 정책은 원자력이 미래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균형(energy mix)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원전 도입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한국의 노력과 과제…’i-SMR’ 협력에도 공식 후보군엔 ‘아직’

한국 역시 인도네시아 원전 사업의 잠재적 주요 파트너로 거론되어 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Korea Hydro & Nuclear Power)은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전력공사(PLN, Perusahaan Listrik Negara)의 발전 자회사인 ‘PLN 누산타라 파워(PT PLN Nusantara Power)’와 차세대 원전 기술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해당 MOU를 체결하고, i-SMR 기술개발 사업단을 출범하는 등 인도네시아 시장 수주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5개국 명단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향후 수주 전략에 있어 중요한 과제를 안겨준다.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과 한국형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신중론 공존…”사회적 수용성·안전 규제 선행돼야”

정부는 원전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섣부른 추진은 경계하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지스만 P. 후타줄루(Jisman P. Hutajulu) 에너지광물자원부(ESDM) 전력국장은 “원전 건설은 세 가지 핵심 전제 조건, 즉 ▲사회적 수용성(penerimaan sosial) ▲규제 준비(kesiapan regulasi) ▲기술 성숙도(kematangan teknologi)가 충족되어야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엄격한 안전 규제를 마련하는 과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원전의 최대 난제인 핵폐기물 관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국립연구혁신청(BRIN, Badan Riset dan Inovasi Nasional) 산하 원자력연구기구의 샤이풀 바크리(Syaeful Bakhri) 대표는 “원자로 연료의 약 95%는 재처리를 통해 다른 원자로의 연료나 의료, 산업용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며 “영구 처리가 필요한 폐기물은 5%에 불과해 대규모 생활 폐기물 관리보다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가 ‘에너지 자립 국가(negara mandiri energi)’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정부는 향후 원전 사업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 협력의 문을 열어두는 한편,원전 프로그램 이행 기구(NEPIO, Nuclear Energy Program Implementing Organization)를 설립하고 국영기업의 참여를 보장하여 발전소 운영이 국가의 엄격한 통제하에 이루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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