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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아시아 퍼시픽 파이버스, 까라왕 핵심 공장 영구 폐쇄… 대규모 실직·매출 급감 현실화 무분별한 수입, 불공정 무역 관행, 정책 부재 등 ‘삼중고’… 업계 “공급망 붕괴 코앞”
인도네시아의 경제 근간을 이루던 섬유 제조업이 거센 외풍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무차별적인 공세와 정부의 실효성 없는 무역 정책이 맞물리면서, 인도네시아 국영 섬유 대기업마저 핵심 생산기지의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난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핵심 공장 폐쇄, 위기의 서막]
지난 29일,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섬유 기업인 PT 아시아 퍼시픽 파이버스(PT Asia Pacific Fibers Tbk, 이하 POLY)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 정보공개를 통해 서자바주 까라왕(Karawang)에 위치한 화학·폴리에스터 섬유 공장의 영구 폐쇄를 공식 발표했다.
POLY 측은 “2024년 11월 1일부로 가동을 잠정 중단했던 까라왕 공장에 대해 기술적, 상업적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운영 재개가 어렵다는 최종 결론에 이르렀다”고 폐쇄 배경을 설명했다.
까라왕 공장은 POLY의 핵심 생산기지로서, 폴리에스터 단섬유와 칩 등 주요 원료를 생산해 온 심장부와 같은 곳이었다.
이번 폐쇄 결정은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업계 전반에 극심한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복합적 위기, 사면초가에 빠진 제조업]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일 요인이 아닌, 복합적인 악재가 누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단연 중국산 저가 수입품의 범람이 꼽힌다.
막대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섬유 제품이 인도네시아 시장을 무분별하게 잠식하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 과잉, 미국의 대(對)인도네시아 수출 관세 인상,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대외적 악재가 겹쳤다. 특히,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업계는 지속적으로 실효성 있는 반덤핑 관세 부과와 수입 규제 강화를 요구해왔으나, 정부 정책은 시장의 기대를 외면하며 국내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를 낳았다.
인도네시아 합성섬유 생산자 협회(APSyFI)의 레드마 기타 위라와스타 회장은 “중국 제품이 높은 관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인도네시아를 경유해 미국으로 환적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정작 성실하게 수출하던 우리 기업들이 억울하게 반덤핑 상계관세(BMAD)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토로하며, 불공정한 국제 무역 관행과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국내 기업에 치명타가 되고 있음을 강력히 비판했다.
[실적 악화와 대규모 구조조정, 현실이 된 ‘악몽’]
까라왕 공장 폐쇄의 후폭풍은 즉각적이고 파괴적이다. POLY는 공장 폐쇄로 인해 2025년부터 폴리에스터 단섬유, 폴리에스터 칩, 기능성 원단 등 주력 제품군의 매출이 최대 76%까지 급감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들 제품은 그동안 끈달(Kendal) 지역의 필라멘트사 생산 공장에 핵심 원료를 공급해왔으나, 이제는 전량 국내외 제3자 공급처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는 원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성을 가중시켜 기업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생산 능력 역시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 공장 폐쇄 결정으로 생산 능력과 가동률은 사실상 ‘제로(0)’가 되었다.
2024년 기준, 까라왕 공장의 폴리에스터 단섬유 가동률은 총생산 능력 19만 8,000톤의 37% 수준인 7만 3,727톤에 불과했다.
이는 이미 공장 폐쇄 이전부터 업계의 깊은 불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고용 시장에도 칼바람이 불고 있다.
회사는 까라왕 공장의 비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감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공장 폐쇄가 수많은 노동자의 실직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부재가 부른 ‘업스트림’의 붕괴]
파르한 아킬 APSyFI 사무총장은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은 원사 생산(업스트림)부터 봉제·의류(다운스트림)까지 이어지는 통합 생태계를 갖춘 잠재력 높은 산업”이라면서도, “정부 정책은 눈에 보이는 완제품 중심의 다운스트림 지원에만 편중되어, 산업의 뿌리인 업스트림 부문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업스트림이 무너지면 결국 전체 공급망이 붕괴하고, 원자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산업 구조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는 국가 제조업의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심각한 경고를 보냈다.
현재 POLY는 채권단과의 부채 구조조정 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고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공장 재가동의 불씨를 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워낙 비우호적이어서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이번 POLY의 공장 폐쇄 사태는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의 ‘백척간두’ 위기를 알리는 명백한 신호탄이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고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POLY 사태가 잇따르며 국가 기간산업 전체가 붕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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