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24년간 기아 지수 대폭 개선… 그러나 아세안 7위, ‘식량 안보’ 과제 여전

세계기아지수(GHI) 보고서에 인도네시아 지수. 2025.7.17

GHI 2000년 25.7점에서 2024년 16.9점으로 하락… 태국·베트남 등 6개국에 뒤져… 지역별·소득별 격차 해소 시급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가 지난 24년간 기아 문제 해결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내에서는 여전히 중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고질적인 식량 안보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굿스탯츠(Goodstats)가 인용한 최신 세계기아지수(GHI)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2024년 기아 지수는 16.9점을 기록했다.

이는 기아 문제가 ‘심각한(serious)’ 수준으로 분류되던 2000년의 25.7점에서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로, 국가 전반의 기아 심각도가 ‘보통(moderate)’ 수준으로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세계기아지수(GHI)는 한 국가의 기아 수준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표로, 0에서 100까지의 척도를 사용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해당 국가의 식량 안보 상황이 양호하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의 점수 개선은 지난 20여 년간 정부와 시민사회가 영양실조 해소 및 영양가 있는 식품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지수는 ▲전체 인구 대비 영양 부족 인구 비율 ▲5세 미만 아동의 발육 부진(만성 영양실조) 유병률 ▲5세 미만 아동의 저체중(급성 영양실조) 비율 ▲5세 미만 아동 사망률 등 네 가지 핵심 지표를 종합하여 산출된다.

인도네시아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보건 시스템 개선이 이러한 지표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 주요 동력으로 분석된다.

아세안 내 순위는 7위… 갈 길 먼 식량 안보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성과는 아세안 역내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GHI 순위는 아세안 10개국 중 7위에 그쳤다.

아세안에서 가장 낮은 기아 지수를 기록하며 식량 안보 모범국으로 꼽힌 국가는 태국(10.1점)이었다. 그 뒤를 이어 베트남(11.3점), 말레이시아(12.7점), 필리핀(14.4점), 캄보디아(14.7점), 미얀마(15.7점)가 인도네시아보다 앞선 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이들 국가가 인도네시아보다 효과적으로 기아 문제를 관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도네시아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라오스(19.8점)와 동티모르(27.0점)뿐이었다. 특히 동티모르는 아세안 지역에서 유일하게 ‘심각한’ 수준의 기아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적 문제 여전… “포용적 정책 시급”

이러한 지수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기아와 영양실조 문제는 단순히 식량의 절대적인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분배와 접근성의 불균형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외딴섬이나 산간 지역과 같은 지리적 소외 계층과 저소득층의 식량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물류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불균등한 식량 분배 시스템과 특정 계층에 만연한 저영양 소비 패턴은 정부와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한 식량 안보 전문가는 “전체적인 지표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지역별, 소득별 격차를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며 “단순히 식량을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포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향후 기아 및 영양실조 수치가 다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식량 안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효율적인 유통망을 구축하며,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확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인도네시아가 지난 20여 년간 이뤄낸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식량 안보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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