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득표율 대구 23.22%·경북 25.52%…20대 대선과 큰 차이 없어
“이재명 독주 막아야” 국민의힘 주장에 유권자 견제 심리 작용 분석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는 특수한 상황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결과 ‘보수 텃밭’ 대구·경북은 이번에도 국민의힘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이변 없는 표심을 보였다.
4일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에서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67.62%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으로 많은 23.22%를 득표했다.
경북에서는 김 후보 득표율이 66.87%, 이 당선인은 25.52%로 각각 나왔다.
이는 2022년 3월 보수를 대표했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초박빙 대결을 펼쳤던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 당선인이 받아들였던 성적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당시 국민의힘 윤 후보가 대구에서 기록한 득표율은 75.14%, 이 당선인 득표율은 21.60%로 각각 집계됐다. 경북에서는 윤 후보 득표율이 72.76%, 이 당선인은 23.80%로 나왔다.
TK 지역 유권자들은 그간 대선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에서도 매번 보수정당 후보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줬다.
앞서 20·21대 대선과 같이 보수와 진보 후보 양강 구도가 형성됐던 2012년 12월 18대 대선에서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후보가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80.1%, 80.8%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계엄·탄핵 국면 수습 방안을 둘러싼 내부의 첨예한 의견 대립을 외부로 여과 없이 표출해 지지자와 유권자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게다가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둘러싼 주요 후보 간 반목, 김문수 후보 선출 후 있은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본선에 돌입한 뒤에도 단일대오 형성에 실패, 보수색이 짙은 TK 유권자들에게 마저 피로감을 안겼다.
이런 까닭에 이번 대선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 당선인이 진보정당 험지인 TK에서 30%가 넘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민의힘 측 분열 상황과 함께 이 당선인이 경북 안동 출신이라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 당선인은 공식 선거기간 험지인 TK 지역을 2차례 찾았고, 공식 선거 운동 전에도 ‘골목골목 경청투어’ 방식으로 영남 지역 소도시들을 돌며 각별히 공을 들였다.
지난 1일 유세차 고향 안동을 찾은 자리에서는 “저는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의 물과 쌀, 풀을 먹고 자랐다”며 “그런데 우리 안동, 경북, 고향 분들은 왜 이렇게 저를 어여삐 여겨주시지 않나. 이번에는 아니겠죠”라면서 한 표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이 당선인 득표율은 민주당이 내세웠던 ‘득표율 30% 이상’이라는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23∼25% 수준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비록 국민의힘 현 상황이 성에는 차지 않지만 “이재명과 민주당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한 TK 지역 유권자들 견제 심리가 본투표 당일 발동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선 대구·경북 투표율은 직전 대선 때보다 1% 포인트 가량 상승해 대구 80.2%, 경북 78.9%로 각각 집계됐다. 전국 평균 투표율은 79.4%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대구지역 사전투표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25.63%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 강세 지역인 전남, 전북, 광주 등 호남지역 사전투표율은 모두 50%를 넘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계엄과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조기 대선이 열렸지만, 이재명 당선인이 TK 지역에서 큰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지는 못했다”며 “전남 등 진보정당 지지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게 나오는 등 영향으로 반사적으로 TK 지역 보수층이 결집한 것으로도 분석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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