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 월드코인·월드ID 등록증 동결 이유는 “심각한 규정 위반 및 프라이버시 우려”

시민 신고 접수 후 예방적 조치… 관련 업체 소환 예정
홍채 스캔 기반 신원 인증 방식, 국내외서 논란 지속

디지털통신부(Komdigi)가 홍채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프로젝트 월드코인(Worldcoin)과 관련 서비스 월드ID(WorldID)의 전자 시스템 운영자 등록증(TDPSE)을 잠정 동결했다고 밝혔다.

디지털통신부는 해당 서비스들의 의심스러운 활동에 대한 시민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국민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4일 Komdigi 디지털 공간 감독 총국장은 자카르타에서 “월드코인 서비스 운영과 관련된 PT Terang Bulan Abadi와 PT Sandina Abadi Nusantara 두 법인을 소환해 이번 사안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당국의 초기 조사 결과, 월드코인 관련 활동을 벌인 PT Terang Bulan Abadi는 전자 시스템 운영자로 정식 등록되지 않았으며 TDPSE 자체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월드코인 서비스는 PT Sandina Abadi Nusantara라는 다른 법인 명의로 발급된 TDPSE를 이용해 운영된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명백한 전자 시스템 운영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알렉산더 총국장은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타 법인의 등록증을 사용한 것은 매우 심각한 위반 행위”라며, “2019년 정부 규정 제71호 및 2021년 정보통신부 장관령 제10호에 따라 모든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는 합법적으로 등록하고 운영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드코인은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OpenAI 최고경영자(CEO)가 공동 설립한 프로젝트로, 사용자의 홍채 정보를 스캔해 고유한 디지털 신원인 ‘월드 ID’를 생성한다.

이름이나 이메일 주소 등 기존 개인정보 없이 신원을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홍채 스캔에 동의하는 대가로 현금이나 자체 암호화폐(WLD)를 지급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도권 외곽 브카시와 데폭 지역 일부 주민들이 30만~50만 루피아 상당의 보상을 받기 위해 홍채 스캔 장소에 줄을 서는 모습이 포착되며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의 합법성 문제와 생체 정보 수집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정부와 시민사회로부터 제기됐다.

월드코인을 둘러싼 논란은 인도네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페인 데이터 보호청(AEPD)은 지난해 12월 월드코인 측에 스페인 내에서 수집한 모든 홍채 데이터의 삭제를 명령했으며, 스페인 고등법원은 월드코인의 홍채 스캔 활동에 대한 임시 금지 조치를 확정하고 회사의 항소를 기각한 바 있다.

독일과 콜롬비아에서도 데이터 보호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며, 홍콩에서는 생체 데이터 오용 우려로 지난해 5월부터 월드코인의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러한 규제 압박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월드코인의 사용자 기반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인도 NDTV 보도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전 세계 월드코인 총 사용자는 2,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순 사용자(unique users)는 9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디지털통신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인도네시아 디지털 공간의 안전과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알렉산더 총국장은 “국민 여러분께서는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불법적인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각별히 주의해 주시고, 위반 의심 사례를 발견할 경우 공식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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