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발효

초록이 스미던 여름밤,
어머니 둥근 손이
막걸리 한 사발을 밀가루 속에 부었다.

어린 동생 궁둥이처럼 말랑했던 반죽
뽀글뽀글 숨 쉬는 소리에
내 마음도 사각사각 부풀었다.

큰 꽃잎처럼 피어나는 빵을 보고
앞산 배꽃은 놀라 달아나더니
그해 여름, 배 맛은 심심했다.

어디선가 우리 집에

빵 굽는 냄새 건너오는 요즘
그 밤의 온기가 방 안에 번져온다.

그리움도 발효되는 걸까?
먼 곳까지 온 익숙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킁킁대며

어머니 둥근 손 같은 달 바라보니

내 마음을 쓰다듬으려는지

달빛, 창가 위로 내려앉는다.

오늘따라 달이 오래 숙성된 빵처럼 포근하게 퍼진다

 

시작 노트:

우리 인류사에서 발효를 처음 접했을 때, 분명 존재는 하는데 그것을 설명할 수 없었던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발효가 가져다주는 깊은 풍미를 지금이야 과학적으로 규명하지만, 당시에는 감각으로만 전했으리라. 발효균이 “뽀글뽀글 숨 쉬는 소리에/ 내 마음도 사각사각 부풀었다.” 그리움이라는 감정도 발효가 된다면 “어머니 둥근 손 같은 달”의 형상으로 시인은 그려내고 있다. “오늘따라 달이 오래 숙성된 빵처럼” 멀리 퍼지는 밤이다.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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