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美 상호 관세에 대응 고위급 협상팀 구축

인도네시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32% 상호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고위급 협상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최근 미국 측이 90일간의 관세 부과 유예를 발표함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이 유예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양국 간 상호 이익을 모색하는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이끌기 위해 정부 핵심 인사들로 구성된 협상팀을 꾸렸다.

아일랑가 하르타르토(Airlangga Hartarto) 경제조정장관,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Sri Mulyani Indrawati) 재무장관, 그리고 수기오노(Sugiono) 외교장관이 이번 협상의 주축 인사로 지명됐다.

아일랑가 장관은 협상 과정에서 무역부, 에너지광물자원부(ESDM), 디지털통신부, 농업부 등 주요 부처의 기술팀이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의 공식 소통 돌입… 협상 의사 전달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미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윌버 로스(Wilbur Ross) 상무장관,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 등 미국 측 주요 인사들과 사전 접촉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협상팀은 협상의 의사를 담은 공식 서한을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관을 통해 전달했으며, 아일랑가 장관은 10일(목)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 카말라 S. 라크디르(Kamala S. Lakhdhir)가 서한을 수령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 대사 측에서도 미국 내 관계 부처와 추가 논의를 위한 시간을 요청한 상태로, 이후 협상 일정은 조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일정은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아일랑가 장관은 “미국 측이 90일간의 협상 기회를 제공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준비와 조율이 끝나는 대로 대표단의 방미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미국… 인도네시아의 선택

인도네시아가 이번 협상에서 대화의 장을 선택한 배경에는 미국이 여전히 중요한 경제적·전략적 동반자라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시장이자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로 꼽힌다.

아일랑가 장관은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협상의 문을 여는 것은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태도는 관세 분쟁이 양국 관계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정점을 찾으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신중한 접근 방식을 반영한다.

협상의 주요 쟁점: TIFA 개정 및 NTM 완화

이번 협상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6년 체결된 무역투자 기본협정(TIFA: Trade and Investment Framework Agreement)의 전면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랑가 장관은 “TIFA 협정은 체결된 지 30여 년이 가까워오는 오래된 협정으로, 변경 및 최신화가 필요하다”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 협정이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와 양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협상단은 비관세 장벽(NTM) 완화, 국내산 부품 의무 사용 비율(TKDN) 규정 변경, 바탐(Batam) 자유무역지대 내 미국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같은 실질적인 경제 협력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의 주요 IT 기업인 오라클(Oracle)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데이터센터 운영 문제 또한 주요 논의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는 데이터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의 협상 지원… 긍정적 신호 포착

앞서 지난 8일(화) 아일랑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인 카말라 S. 라크디르와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양국 간 무역·투자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라크디르 대사는 “미국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협상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인도네시아와의 대화 프로세스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미국 상무부 및 무역대표부와의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필요할 경우 다른 미국 내 주요 관계자들과의 회의 조율까지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러한 발언은 인도네시아의 협상 노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회동은 미국이 단순히 관세 문제를 넘어서 양국 간 상호 호혜적인 경제 협력을 심화시키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전망과 과제

현재 인도네시아가 직면한 도전 중 하나는 남은 90일이라는 시간 내 협상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미국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과 대안적인 경제 파트너십을 동시에 설계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전략 기획과 실행이 요구된다.

아일랑가 장관은 “본 협상은 단기적인 관세 회피에 국한되지 않으며, 미국과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협력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과 목표를 명시하는 데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32% 관세 조치와 관련한 협상이 양국 간 새로운 무역 및 투자 협력의 돌파구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협상단의 준비 상황과 미국 측의 최종 협상 일정 결정이 향후 양국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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