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 아닌 공의

손은희의 무지개빛 단상 (9)

사본 -Son Eun-hi 1-BW<손은희 작가>

끌라빠가딩의 한 아파트에서 돈때문에 빚여지는 혼란사태가 바로 내 문제가 된 것은 바로 그 사태가 나기 몇일 전 그 아파트로 이사가기로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민이 매월 내는 전기세와 관리비를 두고 이전의 관리사무소와 새로 들어선 관리 사무소는 법적인 정당성이 아닌 무력으로 대립하고  그 사이에 한인주민들은 고래싸움에 새우 등터지듯 모진 피해를 당하고 었었다.

어느 사무소에 전기세를 납부하느냐에 따라 어처구니없게도 어느 집은 전기가 들어오고 어느 집은 몇날 몇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냉장고의 음식이 상하고  냉장고가 고장나고 또  어둠속에서 에어컨, 선풍기도 켜지 못한채 큰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이어진 것이다

이 불편을 견디다 못해, 한인들은 전기를 수시로 끊어대는 삿밤들과 전기를 끊지 못하게 하려는  용감한  몸싸움까지 단행해야 하는 억울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나는 이사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돌아가는 사태를 주민 공동채팅방을 통해 예의 주시하고 있었는데 정말 무지막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사건처리 방식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연일 경찰과 깡패를 동원하여 승부는 마치 힘임을 보여주려는 듯 서로를 견제하고 싸울태세를 준비하는 모습에 이사를 취소해야 하는 건 아닌가 겁이 나기도 했다.

법으로 정의편을 가려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니라 깡패를 동원해서라도 무력으로 이기면 승리하는 어처구니 없는 인도네시아의 부패성을 목도하면서 법보다 우의에 있는 힘의 논리가  득세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파왔다.

낯선 이국땅에 발붙이고 살기 위해 매년 만만치 않은 월세를 내고 거기에 매월 적지 않은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험악한 사태 앞에서 어디 하나 맘놓고 하소연할데 없는 이국땅에서의 아픔이 가슴으로 느껴지는 시간이였다.

어서 빨리 이 인도네시아 땅에도 불법대신 공의가 바다처럼 흘러 힘이 아닌 정의 편이 늘 승리하는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손은희 작가/하나님의 퍼즐조각 저자.자카르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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