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 날갯짓 분주하다
빗속에서 꽃송이 떨어지는 게 대수냐
울음으로 뭉친 그 빛
빗길 건너는 가슴에 번져
붉게 타 오르니
어쩌나
새들도 비운 자리
밤새 꽃은 지고
젖지 않는 숨소리
빗속에 번져온다
시작 노트:
주역(周易)을 영어권에서는 Change로 번역하고 이해한다. 즉, 우주 만물의 원리를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이해한다고 볼 수 있다. 소개하는 시 ‘비 와서, 꽃 지니’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각각의 사물들의 변화에 시인의 장면은 고정되어 있다. 비가 와서 꽃이 지는데는 그다지 인과관계도 보이지 않는다. 꽃이 지는 장면을 우리는 잠시 꽃의 소멸로 볼 수 있으나, 김보배 시인은 “젖지 않는 숨소리/ 빗속에 번져”오는 생명력을 감지한다.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찰나의 순간, 생명은 영원하리라는 시인의 선언적인 메시지로 울린다.
해설: 김주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