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한국의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하수처리장에서 해마다 한 곳도 빠짐없이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에 대한 지난해 조사 결과와 전국 지도에 표시한 인포그래픽을 29일 홈페이지(mfds.go.kr) 등에 공개했다.
부산대 환경공학과 오정은 교수 주관 하수 역학 연구팀(경상국립대, 상지대 연구진 참여)이 수행한 용역연구 결과,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가 선정한 하수처리장 57곳을 비롯해 2020년부터 조사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
다만 마약류 농도를 통해 추산한 해당 하수처리장 구역 주민 1천 명당 필로폰 일일 사용량은 2020년 24.16mg에서 지난해 14.40mg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코카인은 지난해 하수처리장 57곳 가운데 5곳에서만 검출됐지만,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이 2020년 0.37mg에서 지난해 1.43mg으로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로 서울 등에서 검출되다 지난해 처음으로 세종 지역 하수처리장에서도 검출되는 등 지역이 다양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일일 사용추정량을 살펴보면, 필로폰은 경기 시화·인천이, 암페타민은 충북 청주·광주, 엑스터시(MDMA)는 경기 시화·전남 목포, 코카인의 경우 서울 난지·세종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식약처는 전했다.
다만 지역별 추정량은 시료 채취 시기의 강수량이나 하수처리 구역 내 유동 인구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식약처는 덧붙였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마약류 확산과 다양화를 우려했다.
정부 지정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은 “마약류 사범의 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천 원장은 특히 코카인 사용추정량 증가와 관련해 “국내 유통되는 마약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마약류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에서의 예방, 교육 및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도 “국내 마약류 사용행태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층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상자별 적절한 교육내용과 방식을 충분히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교육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그간 실시해 오던 특정물질 위주의 분석과 다빈도 검출 물질 분석을 병행해 필요시 임시마약류나 마약류로 새로 지정하고 신종마약류를 탐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등과 협업해 하수 역학 기반 마약류 실태조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채규한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관세청, 경찰청 등 수사기관 등과 협업해 해외 불법 마약류의 유입 차단 및 국내 유통 근절에 힘쓰고, 마약류 예방부터 사회재활까지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겠다”라고 말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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