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4일)
“안녕 영희야” “안녕 철수야”
지금은 어떤 내용이 1학년 교과서를 장식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한 때는 1학년 1학기 교과서 맨 앞 장에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는 내용이 있었고 선생님은 한 명씩 아이들을 일으켜 세워 교과서에 적힌 대화를 읽어보도록 하셨다. 저자가 1학년이었던 당시에도 위 대화를 따라 읽으며 마음 속으로 ‘안녕처럼 간단한 말을 누가 모른다고 교과서 몇 페이지에 걸쳐 담아 놓았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교과서 내용이 참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성이 좋은 아이들과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함께 모이는 학교. 이 낯선 공간에서 처음 보는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모든 것이 어렵게 느껴졌을 새내기 아이들이 대화형식의 교과서 내용을 함께 읽으면서 대화 아닌 대화를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들이 좋은 사회성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사회적 능력은 참 다르다. 어떤 아이들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성격은 활달하고 유쾌하나 짓궂은 장난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가려고 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사회성이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인 경우도 있다. 자칫 생각하기에 사회성은 모두가 동일하게 타고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아이들마다 가지고 있는 사회적 능력이 다르다.
또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뛰어 놀면서 억울함도 느껴보고 타협하는 방법도 익혀가고 그룹을 이루어 놀이를 하는 기쁨도 체험해 보면서 사회성을 익혀가야 하는데, 오늘 날에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져 사회성을 스스로 익혀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또한, 아이들은 사회적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데 부모가 사회성이 부족하여 아이들이 사회적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부모의 모습을 답습하게 하여 아이들의 사회적 능력이 부족해지는 경우도 있다.
사실 오늘날 많은 아이들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모른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고 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여 상대방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상대방의 반응에 기분 상해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일반 아동들은 물론이고 ADHD아동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상대방의 부정적 반응에 점진적으로 주눅이 들어 나중에는 선뜻 다가서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신체적으로나 혹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친구들을 따돌려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하고 다른 학급친구들을 자신의 편으로 모으는 등 잘못된 사회성을 나타내기도 하며, 따돌림을 받는 아이들 역시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가해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지, 자신의 상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는 등 취약한 사회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회성도 배울 수 있어요
남자아이들이 같은 학급의 여자아이들을 짓궂게 놀리거나 괴롭히면 어른들은 장난을 당하는 여자아이에게만 “저 아이가 널 좋아해서 그런거야”라고 이해시키려 할 뿐, 막상 좋아하는 마음을 왜곡되게 표현하는 남자아이들에게는 “아이고, 그만해라”라고 별 의미 없는 제지를 하곤 한다.
남자아이들은 어른들의 별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제지를 들으며 무언의 지지를 받고 ‘좋아하면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과는 어떠한가? 여자아이들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할 일을 잘 해 나가는 반장을 좋아할 뿐, 짓궂은 장난으로 관심을 표현하는 남자아이들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일까? “네가 이렇게 짓궂게 장난을 치면 여자아이는 이렇게 생각하고 느끼게 돼”라고 말이다. 이처럼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안내이다. 도덕적인 예의와 규범을 일상에서 잘 안내해 주어야 한다. 훈계하듯 아이들을 교육시키라는 뜻이 아니다. 일상에서 생활 하면서 자녀가 부모에게 어떤 기분을 상하게 하는 행동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때 화를 내거나 아이이기 때문에 무조건 참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네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엄마 기분이 이랬어’라고 부모의 기분과 감정을 알려주는 형식으로 예의, 규범, 도리를 안내해주면 좋다. 반대로 부모가 실수를 했을 때 아이가 기분 상해할 경우, ‘엄마가 이래서 네 기분이 이랬겠구나’하고 알아준다면, 아이들은 이론적인 도덕을 배우는 것이 아닌 ‘내가 이렇게 행동했을 때 상대는 이렇게 느끼겠구나’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학습하게 된다. 물론 아이들이 또래와의 관계를 통해 체험적으로 사회성을 늘려나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오늘날 아이들은 유년시절부터 너무나도 방대한 학습량을 소화해야 하고 또래와의 놀이시간은 줄여나가고 있어 충분히 체험을 통해 사회성을 늘려나가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부모 혹은 선생님의 사회성 지도가 보충 되어 질 필요가 있다.
해외에 나와 살거나 혹은 국제학교 및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게 되는 경우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 집단과 다른 나라 아이들 집단의 문화 차이를 직접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양쪽 집단과의 놀이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국 아이들 집단과 다른 나라 아이들 집단의 문화 차이가 확연히 있으므로 이 차이를 아이들이 직접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자아존중감과 자신감을 높여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부모가 잘 해낸다면 자녀들의 사회성은 자라나는 키만큼이나 쑥쑥 성장할 것이다.
또래에게 접근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상대방의 마음을 올바르게 헤아릴 수 있으며,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분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아이들은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수월한 생활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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