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의 초강세에 아시아 각국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지만, 최소한 현재까지는 유사한 위기가 재연될 위험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연초 대비 약 17% 떨어졌으며, 일본 엔화(-20%), 중국 위안화(-11%), 태국 바트화(-11%), 필리핀 페소(-13%) 등 다른 아시아 통화 가치도 대폭 하락한 상태다.
이러한 흐름은 1997년 이후 좀처럼 없었던 만큼 기업과 정책 당국자들에게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NYT 평가다.
이에 따라 각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또 일본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매입했고, 중국도 구두 경고 등을 통해 위안화 가치 하락 속도를 늦추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시아 통화 약세는 근본적으로 달러 강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엔화·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지수는 지난달 말 20년 만에 최고치인 114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11대에서 고공 행진 중이다.
NYT는 “최근 아시아 통화의 약세는 25년 전 집단적 트라우마를 떠오르게 한다”면서 “당시 아시아 지역의 눈부신 성장에 대한 흥분이 하룻밤 사이에 악몽이 됐다”고 전했다.
1997년 당시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가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번졌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연말까지 이들 국가의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1천억달러(약 142조원) 넘는 자금을 배정했다.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한국(-5.8%)을 비롯해 인도네시아(-13.7%), 태국(-9.7%) 등 아시아 각국은 혹독한 마이너스 성장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아시아 각국은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섰고, 최소한 현재까지는 대다수 이코노미스트와 시장 애널리스트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유사한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아시아 각국의 경제 체력이 그때보다 강하며, 당시와 비교하면 달러화 부채가 적고 달러 대비 환율 변동성을 시장에 맡겨 환율 취약성도 덜하다는 것이다. 또 아시아 각국은 그간 외화 순유입국으로서 외환보유고를 쌓아왔다.
다만 인도와 태국이 올해 들어 자국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10% 넘게 쓰는 등 아시아 각국은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는 중이다.
NYT는 이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달러 강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에 적응해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한 가구업체는 NYT 인터뷰에서 제품 수입 시 대부분 달러로 결제한다면서, 최근 원화 약세로 5월부터 수입을 10%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강달러와 고물가가 지속되면 감원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c) 연합뉴스-한인포스츠 협약 전재>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