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인문자산을 생산하고 발굴하여 지역민과의 공유’를 목적으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SNUAC) 지역인문학센터 HK+(Humanities Korea Plus) 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 AsIA지역인문학센터가 개최하는 <덩실덩실 AsIA문화축제>가 지난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렸다.
올해는 아시아연구소 동남아시아센터와 협력하여 인도네시아 특집 “인도네시아 – 누산따라에서 상상의 공동체로”란 주제로 진행되었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하여 비대면으로 진행된 본 행사는 AsIA지역인문학센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되었다.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은 인도네시아 지역연구자인 최경희 교수, 고고학을 연구하고 있는 유병록 교수와 함께 <덩실덩실 인도네시아 인문학 축제>의 기획에 참여했다. 본 행사는 ‘누산따라(군도국가)에서 상상의 공동체로’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1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가 다민족·다언어·다종교의 국가 특성을 극복하고 다양성 속의 통합을 이루는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축제 첫날, ‘인도네시아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여주다’
박태성 대사 축사 후 사공경·노경래 현지독립연구가의 바틱과 와양 꿀릿 발표에 이어 조태영 前대사 토론 참석
축제 첫날인 11일에는 ‘인도네시아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여주다’라는 주제로 전문가들의 강연이 펼쳐졌다. 주한인도네시아 대사관의 Zelda Wulan Kartika 대사의 개사를 시작으로 권오영 교수(아시아연구소 지역인문학센터 교장)의 환영사와 박태성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의 영상 축사 후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다.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의 <인문학으로 만나는 바틱(Batik)과 자바정신>을 시작으로,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인도네시아』의 저자 노경래 작가의 <신이 머무는 그림자, 와양 꿀릿(Wayang Kulit)>, 와양극의 주제인 인도철학 다르마와 까르마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김예겸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학과 교수가 “세속적인 신성, 신성한세속: 발리의 UNESCO 세계문화유산 이야기”를 발표하였다. 이후 조태영 前 주인도네시아 대사, 유진숙 前 한-아세안센터 아세안홀 관장, 이창규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교(ITB) 강사가 토론에 참여하여 각각의 주제 발표와 인도네시아 세계문화유산의 재해석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였다.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한 첫날 행사는 오후 5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최경희 SNUAC 연구교수는 “2009년도에 신설된 아시아문화연구소가 본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의 강의는 바틱의 역사와 바틱에 내재된 자바인의 철학, 지역별 바틱과 문양의 의미, 인도네시아 문화의 아이콘이 된 바틱의 현대화에 대해서 알아보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사공경 원장은 바틱 강의에서 우주에서 보면 ‘적도에 매달린 에메랄드 목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에메랄드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나라 인도네시아의 ‘다양성 속의 통합’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고똥 로용’이라고 밝혔다.
또한 바틱 문양에 내재한 자바인의 정신 외에도 ‘다양성 속의 통합’을 위한 기본정신인 ‘고똥 로용’ 정신을 바탕으로 바틱이 ‘자바의 영혼’에서 ‘인도네시아의 아이콘’이 되는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바틱은 염료 착상이 잘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직물에 그림을 그리거나 덮인 부분은 염색이 되지 않는 기법(wax-resist dyeing)을 이용하는 인도네시아 직물의 대명사로 인도네시아인들의 삶의 역사는 곧 바틱의 역사로 인식될 만큼 대표적인 인도네시아의 문화이다.
양옆의 이등변 삼각형은 ‘죽으면 신께 돌아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번영’과 ‘성장’을 의미하는 죽순의 의미도 함축한다.
축제 둘째 날, 토크 콘서트 형식의 강연 진행
김영선 前 대사의 축사로 열린 축제 둘째 날에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인도네시아정착 100년사를 말하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강연한 박재한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장은 초창기 한인들의 인도네시아 정착사, 코로나 팬데믹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한인회의 역할을 거론하는 동시에 지난해 재인도네시아 한인회가 출간한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재한 한인회장은 <덩실덩실 AsIA문화축제 “인도네시아 – 누산따라에서 상상의 공동체로”>는 한인 1세대가 일구어 놓은 터전 위에 삶을 영위하는 인도네시아 한인들의 자부심이 되었다. ‘우리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쓴 기록인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한인의 100년을 말하고자 한다.
인도네시아로 이주한 사정은 각자 다르지만 살아온 시대의 가치와 틀 안에서 살아야 했던 삶에 대한 고난과 보람이 담겨있다. 역경을 이기면 경력에 되고 그 역경을 이기는 삶의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이 되듯이 역사 안에서 한 개인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 역사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작업이 다음 100년을 준비하는 혜안을 줄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문환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 대표집필자는 인도네시아 정·재계 인맥과 한국 기업의 진출 관계와 변곡점에 대해 발표하였다. “한국인 무슬림이 인도네시아 이슬람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인도네시아 최초의 한인유학생이기도 했던 제대식 동명대학교 교수는 발표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종교인 이슬람의 성격과 특성에 대해서, 이강현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한인무슬림의 삶에 대해 발표를 했다.
이어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학과 박광우 교수는 “한국 속, 인도네시아인들의 삶을 말하다”에서 그들은 문화적 피로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해서, 페브리아니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생은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를 발표하였다.
2021년 현재 인도네시아는 한류지수 1위이며, GDP규모 세계 16위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크며 한국과는 수출입 7위로 경제적 교류가 활발하다. 이런 점에서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양국의 젊은 유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 역시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페브리아니 박사과정생은 “인도네시아에서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1940년대부터 한국문학에 인도네시아에 대해 포착되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인도네시아에 대한 인식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 두 나라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라며 신뢰를 내비쳤다. 한국의 유학생이기도 했던 비키 회장은 “이번 축제에 참석하여 여러 분야 한국 전문가들이 인도네시아에 대해 많은 관심을 확인했습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교류가 활발해짐을 해가 갈수록 느낍니다.
한국에 사는 인도네시아인으로서 이 변화에 더욱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유학생(UPH 졸업)이기도 한 박준영 박사과정생은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 속에 녹아 있는 인도네시아를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경험들의 차이를 공유하는 문화 축제가 ‘다양성 속의 조화’를 추구하는 인도네시아를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둘째 날도 참석한 조태영 전대사는 “축제에 패널로 참석하면서 특정 문화적인 사안들, 개인의 체험 같은 마이크로한 측면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어 매우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지닌 깊이와 엄청난 다양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였으며 양국 간에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각 주제 발표가 끝난 후 엄은희 SNUAC 선임연구원, 한승훈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HK연구교수, 송승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 통번역학과 교수, 박준영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박사과정생, 비키 한국소재 인도네시아전문가협회장이 토론자로 참여하여 지정토론을 진행하였다.
각 발표와 토론이 끝난 후, 모든 발표자와 토론자가 모여 한국-인도네시아 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는 종합 토론을 나누며 이틀에 걸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글. 이영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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