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가 한국형 전투기 KF-21 공동연구개발사업을 재개했지만, 약속했던 분담금은 여전히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KF-21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는 최근 기술진을 복귀시키는 등 협력사업을 재개하는 모습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외교·국방 당국은 지난 24일 외교·국방 2+2 국장급 고위관리회의를 열고 KF-21 사업이 결실을 보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3월 철수한 인도네시아 기술진 일부도 다음 달 중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 (32,550원 ▲ 600 1.88%)산업(KAI) 개발 현장에 복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약속했던 분담금은 여전히 완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이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공동개발 총사업비(8조8000억원)의 20%인 약 1조7338억원을 개발 단계별로 납부하기로 했다. 당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투자금을 조건으로 시제기(성능을 시험하기 위하여 제작한 기계)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2017년 하반기부터 경제난 등을 이유로 지급을 미뤄 왔다. 2019년 초 미납금 중 일부인 1320억원을 지급한 것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가 현재까지 낸 분담금은 2272억원에 불과하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월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에 맞춰 방한한 것을 계기로 분담금 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별다른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측이 KF-21 개발사업 지속을 담보로 경제적인 지원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분담금 비율을 20%에서 10%로 낮추거나, 완납 시기를 2028년에서 2031년으로 늦추는 방안 등이다. 인도네시아가 우리 정부에 50억달러(약 5조85400억원)의 차관을 제안했다는 설도 나왔다.
방사청 측은 이에 대해 “프라보워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에 분담금과 관련한 새로운 요구사항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2018년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경제 사정을 이유로 분담금을 조정해달라고 한 바 있어 (분담금) 감액 등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관 요구 금액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얼마를 해달라는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KF-21 공동개발이 지지부진한 사이 경쟁국인 프랑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를 도입하는 계약은 지난해 10월 프라보워 장관이 프랑스를 방문해 플로렌스 팔리 프랑스 국방장관을 만난 뒤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프랑스 현지 매체는 “인도네시아에서 라팔 전투기 48대 도입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동남아시아 방산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거래 과정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라팔 전투기를 구매해도 KF-21 개발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낙관적인 입장이다. “라팔 전투기 도입은 인도네시아 공군 전력 공백을 보강하는 사업으로 KF-21 공동 개발과는 별도의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분담금도 경제적인 이유로 미루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고가의 라팔 도입과 KF-21 공동개발을 함께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군 당국이 인도네시아와 함께하는 이유는 이번 사업의 성패가 개발 완료 이후 전투기 판매 실적에 달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투기는 300대 이상 생산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데, 우리 군에 납품할 물량 120대로는 손익분기점에 훨씬 못 미친다. 첫 국산 훈련기 KT-1·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등을 구매한 인도네시아를 우선 공략해야 이를 거점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KF-21을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국·일본마저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려는 상황에서 4.5세대(제한적 스텔스 성능) 전투기인 KF-21를 수출할 수 있는 시장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정도”라면서 “개발 이후 수출을 위해서라도 4년간 계속되고 있는 분납금 미납 문제에 대한 양측 정부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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