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I대학원 국제관계학과 졸업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석졸업을 했는데요 소감은?
사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졸업식 전 날에 사회과학대를 대표하여 수석으로 졸업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러웠습니다. 함께 졸업했던 동기들이 한 마음으로 기뻐해줘서 감사하기도 했고요.
–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전공학과를 선택한 이유와 수학기간은?
국제정치학이 학부시절 부전공 과목이었는데, 주전공이었던 경제학보다 제 적성과 흥미에 더 잘 맞았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도상국가이자 아세안의 핵심 멤버이고,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한 여러 이유 때문입니다.
또한 국제정치학을 선택하면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수학기간은 2년 가량입니다. 반년 정도 BIPA 수업을 들은 후, 2016년 8월에 대학원에 입학하여 이번 9월에 졸업하였습니다.
– 한국대학과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수학에 차이점은
단편적인 차이로는 우선 듣고 싶은 과목들을 자유롭게 골라서 수강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여기서는 현지 교육부의 정책 때문에 학과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지정한 과목에 대하여 수강신청을 해야만 하는 점이 다르네요. UI대학원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학생들을 배려하여 모든 수업이 저녁 때 이루어진다는 특성도 있고요.
지난 2년 간 문화적인 차이들도 많이 경험했는데, 개인적으로 받은 인상은 인도네시아 대학은 한국 대학보다 훨씬 ‘공동체 문화’가 강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더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 같고요. 예컨대 한국 대학에서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각자 자기 할 일이 바빠 뿔뿔이 흩어진다면, 이곳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도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좀 더 남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었던 모습은 시험 기간과 공부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였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한국 대학의 시험 기간은 학점을 위한 무한 경쟁이었는데, 이 곳 학생들은 시험기간 마다 함께 모여서 서로서로 도와가며 공부를 하기도 하고, 각자 정리해뒀던 노트필기나 시험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자료는 자연스레 단톡방에 공유했습니다.
물론 학점이 상대평가로 매겨지는 한국 대학과는 달리 이 곳의 학점은 절대평가로 결정된다는 시스템의 차이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공부는 원래 나누려고 하는거 아냐?’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가 함께 잘 되기를 바라던 이 곳 동기들의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 인도네시아 정부는 10만 유학생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1만명도 안되고 있어 개선점이 있다면?
인도네시아가 유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점은 사실 꽤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학교/학과 별 홈페이지들이 잘 갖춰지거나 관리되어 있지 않아서 유학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 대학들 중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학교가 없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고요. 여타국가와는 달리 학생 비자로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점도 가족의 지원이나 장학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학생들의 인도네시아행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 같네요.
입학한 이후에도 행정적으로든 체제적으로든 답답한 일도 자주 일어나고, 물론 계속 발전하고는 있습니다만 아직 학교 시설이 한국에 비해 많이 열악해서 불편한 점도 많았습니다.
본인은 분명 영어로 진행되는 학위과정을 다니고 있는데 수업들이 현지어로 진행된다며 당황하는 외국인을 본 기억도 있습니다. 유학을 결정하기 전에 앞선 유학생들의 경험을 참고하는 일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유학생들이 일단 입학한 이후에 겪는 일들에 대해서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향후 진로 계획은?
감사하게도 논문 지도교수님께서 공동 연구를 제안해주셔서, 향후 1년 가량은 교수님과 함께 연구이력을 더 쌓을 계획입니다. 이후 내년 말에는 미국으로 박사유학 지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