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서 죽었다

Tuesday, April 22, 2014

손은희의 무지개단상(18)

‘착한 바보들아
항상 시키는대로 따르기만 했던 착한 아이들아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누가 이쁜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니
학교라는, 통제라는 안에서 이미 배는 기우는데
누가 너의 판단을 주저하게 만들었니
어른들의 말씀, 선생님의 말씀
시키는대로 따르면 괜찮을거라고 어른들을 믿고
마지막까지 침착하던 네 모습 눈물이 무거워
고개를 떨구는구나’
(한겨레 4월 17일 목요일 조남준 글)

온 국민으로 하여금 비통한 슬픔에 잠기게 한 ‘진도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건’의 여러 기사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배가 기울어 생명이 위태한 상황에서도 선장은 ‘그대로 있어라’ ‘대기하라’ 방송만을 했고 어처구니 없게도 기관사들에게는 전화로 ‘탈출하라’이야기한 후 자신도 그 많은 아들, 딸 같은 승객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탈출해 버렸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어른들 말씀에 순종하는 것만을 배워온 착한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들의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탈출한 것은 모르고 어른의 말에 착하게 순종하느라 그대로 배안에 꼼짝없이 기다리다가 완전히 침몰하고 만 것이다.

어른보다 머리가 팽팽 돌아가서 위기상황에서 나름대로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순발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생명을 건지고도 남을 아이들이 그저 배워 온대로  어른에게 착하게 순종하다가 죽은 것이다.

아무 대책도 없이, 오직 자기 살 궁리에 아이들은 돌아보지도 않는, 양심이 마비된 어른을 믿은 아이들의 최후가 어떠한지를 보면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본다.

정작 올바른 것, 정말 아이들의 장래의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귀한 것, 정말 아이들 속의 창의성을 죽이지 않고 살려내는 것들을 평소에 아이에게 옳게 가르치면서 순종하기를 강요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창의성을 말살하고 사고력을 경직시키고 표현력을 억누르는 것을 강요하며 순종을  가르치는 건 아닌지 생각하고 생각해 본다.

어른들의 경직되고 모나고 그릇된 가치관과 이기적인 사고방식을 생각없이 전수하면서 순종을 강요하는 보이지 않는 폭군 어른은 아닌지 침몰된  세월호를 보며 깊이 돌아볼 일이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아니고 아이들에게 솔선수범을 보일 수 있고 책임감을 갖고 올바로 키울 수 있고 아이 안에 하나님이 주신 귀한 재능과 성품들을 맘껏 꽃피울 수 있게 뒷받침해줄 수 있을 때에야 진정 어른이 아닐까?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가정과 학교에서 억압과 통제로 우리 아이들안의 창의력과 사고력과 표현력과 판단력을 오히려  말살해가는 폭군 어른들이 있기 때문에 착하고 예쁜 아이들이 죽어가고 병들어가는 세상은 아닐런지!!!

손은희 작가(하나님의 퍼즐조각 저자, 자카르타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