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중동 분쟁發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위험 면밀 주시… “환율·물가 개입 지속”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Indonesia)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 루피아화 가치 압박 우려… BI, 2026년 성장률 4.9~5.7% 전망 유지

(자카르타 = 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ank Indonesia, 이하 BI)이 이란·이스라엘·미국(이하 미) 간 중동 분쟁을 비롯한 전 세계적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촉발된 국제 유가 급등이 국내 인플레이션 위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강한 경계심을 표명하며 관련 지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천명했다.

중앙은행은 유가 변동이 단순히 에너지 비용 상승에만 그치지 않고 운송비, 생산 비용, 식품 가격 등 광범위한 경제 분야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루피아화 환율 안정과 물가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 의지도 아울러 밝혔다.

◈ BI 부총재, 자카르타 기자회견서 경고… “유가·금값·식품 가격 전방위 모니터링 중”

아이다 S. 부디만(Aida S. Budiman) BI 부총재는 지난 3일(화) 자카르타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이다 부총재는 안타라(Antar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유가, 금값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식품 가격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유가가 오르면 당연히 운송비 등 여러 부문에 영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BI가 현재 단순히 원자재 가격 변동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루피아화 환율 변동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의 상황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지정학적 불안으로 촉발된 국제 유가 변동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하다고 여기는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며 루피아화 가치를 압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율 압박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앙은행 차원의 지속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아이다 부총재는 이어 “BI의 의지는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있으며, 저희는 환율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그리고 물가 안정을 위해서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혀, 중앙은행이 외환 및 채권 시장에 대한 시장 개입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 이란·미국·이스라엘 삼각 분쟁,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 심화… 인도네시아 경제에도 파장

이번 BI의 경고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국제 정세를 배경으로 나온 것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군사적 충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지역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에너지 공급 거점인 만큼, 이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이나 긴장 고조는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로가 봉쇄되거나 교란될 경우, 세계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실제로 최근 국제 유가는 이러한 지정학적 불안을 반영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인도네시아와 같이 상당 수준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신흥국 경제에 직접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은 인도네시아 경제에 여러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 우선 국내 연료 보조금 지출이 증가해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에너지 비용 상승은 제조업 및 물류 부문의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최종 소비재 가격 인상 압력을 가중시킨다.

또한 식품 운송비 상승은 식품 물가 불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2026년 2월 CPI 인플레이션 4.76% 기록… 정부 규제 가격 부문 12.66% 급등

BI의 경고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국내 인플레이션 지표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BPS) 발표에 따르면, 2026년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월 대비(yoy) 4.76%를 기록하며 뚜렷한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이 같은 수치에는 기저 효과(base effect)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전년도, 즉 2025년 초에는 정부가 전기요금 할인 정책을 시행하면서 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 바 있으며, 이에 따른 낮은 비교 기준이 금년도 인플레이션 수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2026년 2월 정부 규제 가격(administered prices/AP) 부문의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월의 마이너스(-) 9.02% 디플레이션과 비교해 12.66%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전기요금 할인 정책이 종료되면서 발생한 가격 정상화 효과가 그대로 통계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처럼 규제 가격 부문의 급등은 기저 효과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향후 국제 유가 급등이 에너지 관련 규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구조적으로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루피아화 환율 불안 가능성 우려… “시장 개입으로 환율 안정 보장”

유가 급등과 맞물려 루피아화 환율 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은 인도네시아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고, 대외 수지 악화에 따른 외환 유출은 루피아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달러화나 금 등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면서 신흥국 통화인 루피아화가 추가적인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루피아화 가치 하락은 수입 원자재 및 소비재 가격 상승을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이른바 ‘환율의 물가 전이 효과(pass-through effect)’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으로서는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이에 BI는 필요시 외환 시장 개입과 통화정책 수단을 통해 루피아화 환율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아이다 부총재는 “BI는 환율 안정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핵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며, 중앙은행의 시장 안정 기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BI가 단순히 기준금리 조정이라는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외환시장 직접 개입, 국채 매입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병행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BI, 2026년 경제 전망 안정적 유지… 1분기 소비 증가·정부 지출 확대 기대

이 같은 대외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BI는 현재까지 2026년 인도네시아 국내 경제 전망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다 부총재는 2025년 인도네시아 경제가 5.11%의 성장률을 달성한 데 이어, BI는 2026년 경제 성장률이 4.9~5.7% 범위 내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역시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5% ± 1%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아이다 부총재는 특히 2026년 1분기에는 국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여러 국가 종교 공휴일(Hari Besar Keagamaan Nasional, HBKN)이 집중되어 있는 만큼, 이 시기의 경제 성장 모멘텀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둘피트리(Idul Fitri, 르바란) 시즌을 비롯한 주요 종교 공휴일 기간에는 소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 인도네시아의 전형적인 경제 패턴이다.

정부 소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 아이다 부총재는 정부가 각종 사회경제 프로그램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1분기 내 다양한 재정 지출을 조기에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고 전하면서, “그렇게 된다면 민간 소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국내 수요가 증가하며 여타 생산 부문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역동적이고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특히 국내 수요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경제 안정성과 성장 모멘텀을 지켜내기 위한 핵심 기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신흥국 경제 구조 속에서 내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인식이다.

◈ 경상수지 적자 GDP 대비 0.9~1.0% 내 안정 전망… 대외 건전성 유지

대외 부문과 관련해 BI는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0.9~1.0%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건전한 대외 균형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평가되며, 외채 상환 능력과 외환보유고 안정성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다만 국제 유가가 예상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등할 경우,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아이다 부총재는 끝으로 “전쟁의 다양한 영향이 미치는 경로, 즉 BI가 주시하는 세 가지 주요 경로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내외 위험 요인에 대한 중앙은행의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BI가 주목하는 세 가지 주요 경로란 크게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을 통한 인플레이션 경로 ▲환율 변동을 통한 수입 물가 및 금융 안정 경로 ▲글로벌 경기 둔화를 통한 수출 및 성장 경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BI의 이번 경고가 단순한 선제적 발언에 그치지 않고, 향후 통화정책 기조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세가 장기화될 경우, BI는 그동안 유지해 온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금리 인상이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할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으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료 보조금 정책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보조금을 유지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지고,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이 직접적으로 가중될 수 있어 정부로서도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가 속한 동남아시아 지역 전반에서도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불안과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 금융 기구들도 최근 지정학적 갈등이 글로벌 성장 전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경고하며, 신흥국들이 물가 안정과 성장 동력 유지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BI는 이 같은 복잡한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도 2026년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유가 급등 등 대외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기준금리, 거시건전성 정책, 외환시장 개입 등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경제 안정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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