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중앙 및 지방 정부 국가 조정 회의서 외교 원칙 강조
“천 명의 친구도 적다” 등거리 외교 속 자주국방 중요성 역설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 ‘자유롭고 적극적인’ 외교 정책 계승 의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고조되는 세계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외교 기조인 ‘자유롭고 적극적인 비동맹 노선(Bebas Aktif)’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프라보워 대통령은 제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현 국제 정세 속에서도 어떠한 군사 조약이나 동맹에도 가입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며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2일, 서부 자바주 보고르의 센툴 국제 컨벤션 센터(SICC)에서 열린 ‘2026년 중앙 및 지방 정부 국가 조정 회의 브리핑’에 참석한 프라보워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중앙 부처 장관 및 지방 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거 참석하여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지침을 공유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현재 세계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과 국제 분쟁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일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제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위기 상황일수록 인도네시아는 건국 선조들이 물려준 외교 철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임받은 국가 지도자로서 저는 건국 선조들의 유산을 계승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적극적이면서도 비동맹 노선을 견지하는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펼칠 것이며, 이는 곧 어떠한 형태의 군사 동맹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단언했다.
이는 미·중 갈등을 비롯한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 속에서 특정 블록에 편입되지 않고 인도네시아만의 국익 중심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비동맹 철학의 핵심을 ‘모든 국가와의 우호 관계’로 정의하며, 국제 관계의 오랜 격언인 “천 명의 친구도 너무 적고, 한 명의 적은 너무 많다”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우리는 특정 강대국에 편향되지 않고 최대한 많은 나라와 친구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이러한 비동맹 노선이 가져올 ‘고독한 안보 현실’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지적했다. 군사 동맹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이나 타국의 군사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우리가 진정으로 비동맹을 원하고 모든 국가와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면,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철저히 혼자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우리가 위협받거나 공격당할 때, 동맹 조약이 없는 한 아무도 우리를 돕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자주국방력 강화’와 ‘국론 통일’을 제시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붕 카르노)와 독립전쟁 영웅 수디르만 총사령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인도네시아는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상주의적인 전문가들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국제 정치는 냉혹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강자는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약자는 고통받는다는 투키디데스의 명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가 부존자원이 풍부한 군도 국가로서 외부의 간섭과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방력과 외교력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도 위협하지 않지만, 우리의 풍요로운 자원을 노리는 세력은 끊임없이 우리를 방해할 것”이라며 “감정적이거나 지나친 이상주의를 배제하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모든 국가와 미소를 띠고 교류하되, 내부적으로는 스스로를 지킬 힘을 길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프라보워 대통령의 발언은 2026년 들어 더욱 복잡해진 국제 안보 지형 속에서 인도네시아가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아세안(ASEAN)의 맹주인 인도네시아가 비동맹 원칙을 재확인함에 따라, 인도네시아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의 외교적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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