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스위스) – 2026년 세계경제포럼(WEF) 개막과 궤를 같이한 이날(22일), 인도네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 설립한 새 국제기구인 ‘평화 위원회(Board of Peace, 이하 BOP)’에 공식적으로 가입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다보스 의회 회관에서 열린 출범식에 직접 참석, 다수 정상들과 함께 창립 헌장에 서명하며 인도네시아의 참여를 선언했다.
이번 결정은 인도네시아가 전통적 다자주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국제 포럼에 참여함으로써 중동, 특히 가자 지구 사태와 관련한 외교적 목소리를 확대하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BOP 가입을 둘러싼 재정적 부담, 정치적 정당성, 국제법적 정합성 문제 등 다각적 논란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평화 위원회 무엇이며 임무는 무엇인가 BOP는 트럼프 전(現) 미국 대통령이 구상한 국제 협력체로, 초기 목표는 가자 지구 분쟁의 종결과 전후(戰後) 전환 과정 관리에 있다.
위원회는 민간인 보호, 인도적 지원 접근성 확대, 분쟁지역 안정화 등 실무 중심의 과제를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엔(UN) 메커니즘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점, 창립 주도세력의 정치적 성향 등으로 인해 ‘유엔의 대항마’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BOP 창립 헌장과 향후 확장성에 관한 초안은 로이터 등 외신이 입수한 바 있으며, 해당 문건은 위원회가 가자 이후의 재건을 넘어 다른 글로벌 분쟁 해결 임무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 BBC 보도에 따르면 헌장은 최소 3개국의 공식 동의로 발효된다는 조항을 담고 있고, 창립자에게 지속적 영향력을 부여하는 구조적 특성 또한 확인됐다.
– 가입 비용: ‘영구 회원’ 10억 달러, 논쟁의 핵심 가장 큰 쟁점은 가입 비용이다. 여러 언론 보도 및 내부 문건에 따르면 BOP의 영구 회원이 되려면 10억 달러(약 16조8,000억 루피아)를 납부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백악관 및 일부 미 정부 관계자는 영구 회원 비용은 가자 지구 재건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 당국자 및 BOP 측의 일부 설명에는 가입 자체에 대한 의무는 없으며, 비용을 내지 않을 경우 3년 임기의 회원 자격만 부여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교부를 통해 현 시점에서 자국의 회원 지위가 영구 회원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비용 납부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대변인 바드 나빌 아 물라첼라는 인도네시아 측 참여 목적이 가자 지구의 폭력 중단과 민간인 보호,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치적·외교적 이득과 위험 – 전문가 평가 학계와 법조계,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의 BOP 참여를 저마다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 전략적 활용론: 파라마디나 대학원 외교학부장 아마드 코이룰 우맘은 이번 결정을 “실용적·전략적 선택”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대국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포럼은 국가 이익을 관철하는 데 유용하다”면서, 인도네시아가 BOP를 통해 남남협력(글로벌 사우스) 관점을 제시하고 인도주의적 논리를 강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맘은 단, 인도네시아가 원칙적 입장(자기결정권·점령 중단·민간인 보호 등)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실질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제도적·정책적 우려: 인도네시아 대학교 국제법 교수 히크마한토 주와나는 BOP의 실체적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BOP의 정관과 운영체계는 여전히 불명확하며, 실질적 결정권이 특정 인물(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집중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히크마한토는 또한 초청 국들에 대한 정치·경제적 압박(예: 관세 보복 협박 등)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향후 BOP가 특정국 이익을 우선하는 무대가 될 경우 자국 내 정치적 반발과 외교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정치적 파급효과: 국내 여론과 리더십 리스크 인도네시아의 대중적 태도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민감하다. 다수 시민사회와 이슬람 단체는 전통적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강하게 표명해 왔고, 정부의 외교적 행보는 자국 여론의 민감한 시험대가 된다.
히크마한토 교수는 “만약 BOP가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독립 요구보다 이스라엘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프라보워 대통령의 지지율과 정치적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우맘 학장은 인도네시아가 BOP 내에서 일관되게 국제법적 원칙을 주장하고 감시·중재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는 인도네시아의 국제적 위상 강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전통적 유엔 중심의 틀 밖에서 실무적 영향력을 행사하면,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실질적 외교력’을 입증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회원국 목록과 국제적 양상 백악관은 AP 통신에 BOP 가입을 위해 50개국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국가는 참여를 거부했거나 조건부 참여 입장을 표명했다.
CBC 등 외신이 집계한 2026년 1월 22일 기준 BOP 가입 합의 국가는 미국을 포함한 26개국(아르헨티나, 알바니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바레인, 벨라루스, 불가리아, 이집트, 헝가리,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요르단, 카자흐스탄, 코소보, 쿠웨이트, 모로코, 몽골, 파키스탄, 파라과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로 집계됐다.
유럽 주요국 가운데 프랑스, 슬로베니아,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는 초청을 거절했고, 러시아는 여전히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는 가입 의사는 표명했으나 10억 달러의 영구 회원비는 지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향후 전망과 쟁점 인도네시아의 BOP 가입은 단기적으로 몇 가지 실무적·정치적 과제를 낳는다.
1. 회원 지위의 유형 결정: 인도네시아는 현재 영구 회원이 아닌 임시(3년) 회원으로 참여한다는 정부 설명을 내놓았다. 향후 영구 회원 전환 여부는 재정적 부담, 국내 정치적 반발, 국제적 영향력 확보 가능성 등을 종합해 신중히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2. 국제법·인권 기준의 방어: 인도네시아가 BOP 내부에서 국제법적 원칙과 인도주의적 기준을 일관되게 주장할 경우, 위원회의 활동 방향을 견인할 수 있는 ‘중력’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타협적·정치적 압력에 굴복할 경우 자국의 외교적 신뢰도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3. 국내 정치적 관리: 정부는 시민사회, 의회, 종교단체 등 주요 국내 행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BOP 참여의 목적과 한계를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정 기여 문제와 관련된 투명성 확보는 정치적 책임을 완화하는 핵심 요인이다.
4. 다자주의와의 관계 정립: BOP가 전통적 유엔 체계와 보완적 관계를 맺느냐, 경쟁적 구도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대외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향후 유엔과의 관계를 유지·강화하면서 새로운 포럼에서의 활동을 병행하는 균형 외교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기회인가, 정체성의 시험대인가 인도네시아의 BOP 가입은 국제무대에서 실용적 외교 공간을 확대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자,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러나 거대 재정 부담 및 정치적 리스크, 조직의 정합성 결여와 관련한 국제적·국내적 우려가 상존한다. 향후 정부의 선택은 단순한 참여 선언을 넘어,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을 중심에 둔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서명과 인도네시아의 공식 가입은 이미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으며, 향후 BOP의 실제 활동 양상과 구성국 간 권력구도, 그리고 인도네시아가 내부적·외교적 균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Tya Pramadani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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