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사원이 숙소인가”… 발리 사원에서 취침한 러 관광객

누사 페니다 힌두 사원에서 상의 탈의한 채 매트리스 깔고 취침
복장 규정 무시·신성 모독에 현지 주민 공분… 당국 “감독 전담반 추진”

발리의 대표 관광지인 누사 페니다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신성시되는 힌두 사원 경내를 마치 캠핑장처럼 이용하며 잠을 자던 러시아인 관광객들이 주민들에게 적발되어 쫓겨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일 현지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따르면, 지난 18일(목) 발리 클룽쿵(Klungkung)군 누사 페니다 지구 삭티(Sakti) 마을에 위치한 ‘사드 카양안 세가라 페니다 사원(Pura Sad Kahyangan Segara Penida)’ 경내에서 잠을 자던 외국인 남성 2명이 주민들에 의해 축출됐다.

이 사건은 현지 주민들이 촬영한 영상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공론화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배낭여행객으로 추정되는 두 남성이 사원의 신성한 구역 내에 매트리스를 펴고 숙박하는 충격적인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발리 힌두 사원 출입 시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복장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은 상태였다. 발각 당시 한 명은 상의를 탈의하고 반바지만 입고 있었으며, 사원 입장 시 하체를 가리기 위해 두르는 전통 의상인 ‘사롱(sarung)’이나 ‘카멘(kamen)’조차 착용하지 않았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직후 침구와 배낭을 정리해 사원 밖으로 쫓겨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관리 감독 부실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행정력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참여형 감시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방 정부는 Kepala Desa, Bendesa Adat, 그리고 마을 보안요원인 페찰랑(Pecalang) 등 지역 사정에 밝은 주민들이 주축이 되는 ‘마을 단위 외국인 감독 특별 전담반(Satgas)’ 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발리 현지에서는 관광 수입 증대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 관광객을 걸러내고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양질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규제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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