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조세부담률, 아세안 최하위 오명 “단순 비교는 왜곡” 정부 반박

OECD 방식 적용 시 13.5%… 베트남·말레이시아와 유사 수준
정부 “산정 방식 차이가 핵심 원인”… 사회보장기여금·지방세 등 미포함
IMF 권고치 15% 미달, 재정 건전성 확보는 여전한 과제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의 조세부담률이 다른 아세안(ASEAN) 회원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국제기구의 지적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적인 반론을 제기했다.

국제 기준과 자국의 조세부담률 산정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의 핵심이다.

■ 논란의 핵심: ‘산정 방식’의 차이

최근 인도네시아 재무부(Kemenkeu)는 지난 10년간 10%대에 머물러 온 자국의 조세부담률이 국제사회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욘 아르살 재무부 장관 조세준수 특별보좌관은 자카르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조세부담률 통계는 매우 제한적인 세수만을 반영하고 있어, 이를 다른 국가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욘 보좌관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조세부담률은 국세청(DJP)과 관세청(DJBC)이 징수하는 중앙정부 세수만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기구는 훨씬 포괄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OECD 방식은 중앙정부 세수뿐만 아니라 ▲지방세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기여금 ▲석유, 광물 등 천연자원 기반의 비조세 국가수입(PNBP)까지 모두 포함하여 국가의 총 조세수입을 산출한다.

욘 보좌관은 “만약 OECD의 산정 방식을 인도네시아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올해 조세부담률은 현재의 10%대가 아닌 13%에서 13.5%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GDP의 약 1.52%를 차지하는 천연자원 부문 비조세 국가수입과 11.5%에 달하는 지방세 수입을 합산한 결과다.

■ “아세안 경쟁국과 실질적 격차 크지 않다”

정부는 이 같은 재산정 결과를 근거로, 인도네시아의 조세 역량이 주변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욘 보좌관은 대표적인 예로 베트남을 들었다. 그는 “베트남의 OECD 기준 조세부담률은 18%에 달해 매우 높아 보이지만, 이 중 5.4%는 사회보장기여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해당 항목을 제외하고 비교하면 베트남의 실질적인 조세부담률은 약 13~14% 수준으로, 인도네시아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즉, 통계에 포함되는 항목의 차이가 착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해명은 세계은행(World Bank)이 지난 4월 발표한 ‘거시 빈곤 전망’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의 국가 총수입 대비 GDP 비율이 12.8%로 아세안 주요국 중 최하위라고 지적한 것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 여전한 과제: ‘지속 가능한 재정’을 향한 길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근본적인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의 재산정 수치인 13%대 조세부담률 역시 국제통화기금(IMF)이 국가의 지속 가능한 재정 운영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권고하는 15%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욘 보좌관 또한 이 점을 인정하며 “지속 가능한 재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조세부담률을 약 2%포인트가량 더 높일 필요성과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 역시 인도네시아에 징수되지 않은 잠재 세수가 GDP의 6.4%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며, 조세 행정 시스템 최적화와 세원 확대를 통해 국가 총수입 비율을 최대 19.1%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는 ‘황금 인도네시아 2045(Indonesia Emas 2045)’라는 국가 장기 발전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안정적인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위해 조세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잠재적인 세원을 발굴하는 등 세수 증대를 위한 구조적인 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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