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찰, 아세안 무기 밀매 퇴치 위한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 공식 제안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 무기 밀매 퇴치 선언 이행 워크숍' 2025.8.11

역내 초국가적 범죄 대응 협력 강화 및 안보 체계 고도화 목표 독일
국제협력공사 주관 워크숍서 청사진 제시… 회원국 공감대 형성

【자카르타=한인포스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역내에서 급증하며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부상한 불법 무기 밀매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회원국 간 정보 공조를 위한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라는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국경을 초월해 활동하는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한 아세안의 공동 대응 역량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앙코르 미라클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 무기 밀매 퇴치 선언 이행 워크숍’에서 인도네시아 경찰(Polri) 대표단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세안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번 제안은 아세안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어 온 초국가적 범죄, 특히 소형 무기(SALW)의 불법 유통 문제를 더 이상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공통된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 제안 배경: 국경 없는 위협, 공동 대응의 필요성

최근 몇 년간 동남아시아 지역은 테러, 마약 밀매, 인신매매 등 다양한 초국가적 범죄의 온상이 되어왔으며, 그 중심에는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무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무기들은 분쟁을 격화시키고, 조직범죄를 심화시키며, 민간인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아세안 회원국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꾸준히 논의해왔다. 이번 워크숍 역시 독일 국제협력공사(GIZ) 주관으로 캄보디아 아세안 초국가범죄 고위급회의(SOMTC) 의장을 비롯해 독일 정부, 동남유럽 소형무기 통제센터(SEESAC) 등 각국 전문가들이 모여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경찰은 기존의 선언적 협력을 넘어, 실질적인 정보 공유와 공동 작전 수행이 가능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 통합 플랫폼의 핵심: 실시간 정보 공유 및 분석

인도네시아 경찰이 제안한 ‘아세안 통합 디지털 플랫폼’은 각 회원국이 분산적으로 관리해 온 무기 관련 범죄 정보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여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분석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한다.

플랫폼에 포함될 주요 정보는 다음과 같다.

 주요 밀수 경로 및 수법: 국경을 넘나드는 무기의 이동 경로와 최신 밀수 동향을 파악해 선제적 차단 작전을 가능하게 한다.

 범죄자 신상 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련 범죄자 및 용의자의 신상, 전과 기록 등을 통합 관리하여 신속한 검거와 추적을 지원한다.

 무기 정보 통합 관리: 불법 유통되는 무기의 종류, 제조사, 고유 일련번호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무기의 출처와 유통 경로를 역추적한다.

 표준화된 무기 규약 및 표식 도입: 회원국 간 상이한 무기 분류 및 표식 체계를 표준화하여 정보의 정확성과 호환성을 높인다.

 연루 국제 범죄 조직 정보: 무기 밀매와 연계된 테러 단체, 마약 카르텔 등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여 범죄 네트워크 전체를 와해시키는 데 기여한다.

인도네시아 경찰 대표로 참석한 안디 신자야 총경은 “이번 제안은 역내 인신매매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성공적으로 구축, 운영되고 있는 유사 시스템의 성공 사례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통합 디지털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국경을 넘나드는 무기 밀매 범죄에 대한 아세안 회원국들의 공동 대응이 지금보다 훨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그 효용성을 강조했다.

■ 국제 사회의 공감과 협력, 향후 전망

워크숍에 참석한 각국 대표와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의 제안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특히 독일의 국가별 무기 데이터베이스 구축 성공 사례와 동남유럽 소형무기 통제센터의 활동 경험 등이 공유되면서, 플랫폼 구축의 기술적·제도적 타당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소형 무기 확산이 지역 안보에 미치는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무기 식별을 위한 표준화된 표식 도입의 중요성에 대해 만장일치로 동의하며 향후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인도네시아 경찰 대표단은 “이번 제안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인도네시아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아세안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당부했다.

이번 제안이 현실화되기까지는 각국의 주권 문제, 정보 공유의 범위와 수준,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비용 분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초국가적 범죄라는 공동의 위협 앞에서 아세안의 협력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통합 디지털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구축될 경우, 이는 아세안의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물론, 회원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보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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