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중국산 공세, 꺼져가는 인니 섬유 산업의 불씨

▲인도네시아-중국, 7개 분야 경제협력 MOU 체결 2024.11.09. 사진 대통령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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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반덤핑 관세 거부 결정에 업계 ‘고사 직전’… 투자 철회·공장 폐쇄 현실화, 국가 산업 주권까지 흔들린다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중국산 불법 수입품의 무차별적인 공세와 이를 외면하는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맞물리면서 인도네시아의 핵심 기간산업인 섬유 산업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관련 업계는 공장 폐쇄와 대규모 실업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산업의 주권과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결정에 등 돌린 시장…투자 계획 ‘전면 백지화’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의 위기는 최근 정부의 한 결정으로 인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인도네시아 합성섬유 및 필라멘트사 생산자 협회(APSyFI)는 무역부 무역정책국(BK Kemendag)과의 청문회에서, 정부가 폴리에스테르 부분 연신사(POY) 및 가공사(DTY)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BMAD) 부과를 거부한 조치가 업계의 숨통을 끊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 결정의 파장은 즉각적이고 치명적이었다. 생산 능력 재가동 및 증설을 준비하던 협회 소속 회원사 3곳의 총 2억 5천만 달러(한화 약 3,400억 원, 약 4조 루피아) 규모의 투자 계획이 전면 백지화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분별한 저가 수입품이 범람하는 시장에서는 공정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인도네시아 시장에 등을 돌렸다.

파르한 아퀼 APSyFI 사무총장은 “우리는 더 이상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가가 아니라, 일자리와 공장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투사가 되었다”며 현장의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의 결정 이후,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는 공장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천 명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탈(脫)인도네시아’ 가속화…글로벌 기업도 외면

위기는 국내 투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당초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려던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마저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국내 산업 보호 장치가 부재한 불확실한 환경에 더 이상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파르한 사무총장은 “이미 계약 체결 후 실행만 남겨둔 단계의 투자 건들이 많았지만,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위기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증명된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섬유 대기업인 아시아 퍼시픽 파이버스(POLY)는 2017년 이후 필라멘트사 수입이 최대 300%까지 폭증하자 결국 관련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선택했다. 대기업마저 버티기 힘든 시장 상황은 중소기업에게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재앙임을 시사한다.

산업 붕괴, ‘인재(人災)’가 부른 사회·경제적 위기

섬유 산업의 붕괴는 연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심각한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산업 대출 부실화, 고가의 생산 설비 방치로 인한 국가 자산 손실, 그리고 제조업에 대한 청년층의 불신 심화 등 ‘탈산업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파르한 사무총장은 현재의 위기가 단순한 경기 변동에 따른 불황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러한 산업 붕괴의 악순환이 5년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외부 경제 위기가 아닌, 국내 산업에 비우호적인 정책이 초래한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정부의 정책 실패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APSyFI는 정부를 향해 더 이상 위기를 방관하지 말고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협회가 제시한 요구사항은 ▲전국 항만 및 국경 지역에서의 불법 수입품 단속 대폭 강화 ▲수입 규제 법안의 즉각적인 시행 ▲국내 생산자 보호를 위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수립 등이다.

파르한 사무총장은 “이 문제는 더 이상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비즈니스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국가 산업의 주권과 수백만 노동자 및 그 가족의 생계가 걸린 중대한 사안임을 정부가 직시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의 명운이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라는 ‘골든 타임’에 달려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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