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등성이 지나 들판을 쓸며
조용히 내 창을 닦는 봄비, 저 멀리
이웃집 살구나무 가지 꽃 숨 쉬고
대문 앞 감나무 어린 속살 피고
언 땅 위에 스며 자라는 조그만 숨결들
볼륨을 높이는 봄기운
마음 적신다
봄나물 냄새, 갓 지은 밥 냄새
피어오르던 연기 냄새
땅으로부터 오는 흙냄새
양지와 그늘의 기억들
고향 생각 흥건하다
말 없는 봄비 안에서
숨 가쁘게 살아가는 내 일상
밀도 낮추며 내뱉은 맑은 숨
온 세상이 부드러워진다
순하디순한 천성이 젖는다
봄비 내리는 날엔
시작 노트:
살구나무, 감나무가 먼저 반겨주는 고향집의 풍경화가 그려진다. 계절의 변화를 맨 먼저 알아채는 것이 후각이다. “봄나물 냄새, 갓 지은 밥 냄새/ 피어오르던 연기 냄새/ 땅으로부터 오는 흙냄새” 모두 고향의 향기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잊었던 우리네 감각을 봄비가 조용히 깨워주고 지나간다, 시인의 순한 천성을 젖게 하면서.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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