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뒤에도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탄핵이 가결되면 받아들여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되,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털끝만큼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확연히 보여준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 모금 등은 정상적 국정의 일환이며, 최순실씨 비리는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이제는 헌재 심판을 통해 승부를 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직 복귀를 위해 끈질기고 악착같이 갈 각오가 돼 있다”는 다짐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자신의 진퇴를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3차 대국민 담화 내용도 진심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국회가 오는 9일 내릴 결정은 외적 형식은 탄핵소추안 가결이지만, 실질적 내용은 대통령 사퇴 결의다. 박 대통령이 진정 국회의 뜻을 존중한다면 헌재의 심판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사퇴를 선언하는 것이 온당하다.

헌재 결정까지 이어질 국정혼란의 장기화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더욱 그렇다. 탄핵소추안 통과 후 자진사퇴가 가능한지를 둘러싼 법리적 다툼이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경우에는 가능하다는 게 많은 법률전문가의 견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박 대통령이 4차 대국민 담화를 건너뛰고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난 것은 탄핵이 피할 수 없는 상황임을 뒤늦게 깨달은 결과로 보인다. 촛불에 화들짝 놀란 새누리당 비박계가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 발표와 관계없이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고, 친박계 인사 중에도 ‘탄핵 열차’ 탑승자들이 나오면서 대세를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매번 꼼수와 뒷북으로 일관해온 박 대통령이 끝까지 ‘막판 뒤집기’의 헛된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점이다. 그동안의 거듭된 판단착오에서 조금이라도 교훈을 얻었다면 박 대통령은 “헌재까지 모든 노력” 운운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 대통령 자리에 대한 멈출 줄 모르는 미련과 집착이 박 대통령 자신은 물론 나라를 끝없는 불행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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