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싱가포르 등 제3국 ‘뒷문’ 통해 서방 제재 우회 시도”

중국 기업들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와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 제3국을 경유하는 우회로를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서방 시장을 향한 중국의 새로운 뒷문들(back doors)’이라는 제목 기사에서 서방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방식을 집중 조명했다.

중국이 주로 우회로로 활용하는 국가는 동남아시아 가운데는 싱가포르와 베트남, 유럽연합(EU) 회원국 중에는 아일랜드, 헝가리, 북중미에서는 멕시코가 꼽힌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동맹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약하고 고립된 ‘제3국’인데다 미국, 중국 모두와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무관세나 저관세로 대규모 자유무역지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중국이 이들 국가로 투자를 옮기는 가장 큰 동기는 서방 강대국이 중국 기업에 부과하는 보호무역 조치를 우회하려는 데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구체적인 예로 중국 광산기업 지난위샤오그룹은 싱가포르에 위샤오펀드라는 법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호주 희토류 광산업체 노던 미네랄의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

결국 호주 정부의 제동으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우회로를 거침으로써 서방 전략산업을 중국이 인수하는 데 대한 거부감과 의심을 줄여보겠다는 복안이었다.

중국 기업의 법인 설립과 등기 이전 등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국가는 싱가포르다.

온라인 패스트 패션 기업 쉬인은 2012년 중국에서 설립됐으나 2021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한 뒤 현재 런던 거래소 상장을 추진 중이다.

중국에 기반을 둔 미국증시 상장 기술기업인 조이(Joyy)도 2021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한 뒤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싱가포르를 겨냥한 중국 기업들의 시도는 자금 세탁에 빗대어 ‘싱가포르 세탁(washing)’으로 불리기도 한다.
싱가포르와 함께 베트남도 중국 주요 투자처와 우회로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두 나라는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회원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일랜드와 헝가리를 둘러싼 상황도 비슷하다.

둘 다 EU 회원국으로 27개 회원국 사이에서는 규제적 통일성과 무관세가 적용된다.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에 대한 관세는 한번 부과되면 다른 EU 회원국으로 옮겨갈 경우에는 면제된다.

헝가리는 올해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일랜드는 올해 1월 리창 총리가 각각 방문한 나라로, 중국과 무역 투자 규모가 최근에 급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은 EU 시장에 대한 우회로로 이들 국가를, 해당 국가는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보다 뒤처진 자국 경제 발전을 위해 중국을 서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 경로로 꼽힌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比亞迪·비야디)는 미국 시장 등을 겨냥해 멕시코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FT는 “중국이 수출하는 제품이 이들 국가를 거쳐 미국 본토와 EU 다른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과 EU관리들은 자국 시장에서 뒷문이 나타나는 것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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