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띄우려 공장 풀가동…과잉생산에 ‘무역전쟁 위험’ 확대

외국으로 물량 밀어내 가격 하락…외국 업계 일자리 감소 등 피해
각국 중국산에 관세 부과, 반덤핑 조사 등으로 대응

중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제조업에 지원을 쏟아부으며 과잉생산이 심해짐에 따라 무역전쟁 전운이 감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주석이 국가 주도로 수십억 달러 규모 보조금과 신용을 투입해서 제조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경제가 제조업과 건설업 의존 구조에서 탈피하고 국내 소비를 키워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권고와는 다른 방향이다. 중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등 산업계 대출은 2021년 말 이후 63% 증가했지만, 부동산 개발업체 대출은 급감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윈드에 따르면 선전·상하이 거래소 상장 기업들이 지난해 신고한 정부 보조금은 330억달러로 2019년 대비 23% 증가했다.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이 받은 보조금은 7억9천만달러로 전년의 두 배였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중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4.9%를 산업 육성에 지출하는 데, 이는 미국, 독일, 일본의 몇 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공장이 계속 돌아가면서 자동차, 철강, 화학제품 등은 더 많이 생산되고 있다.

네덜란드 한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1분기 산업생산은 2021년 말 부동산 위기가 심각했던 당시보다 8% 많다.

중국의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2천200만대인데 생산 능력은 약 4천만대로 확대됐다.

지난해 국내 태양광 전지 생산 필요량이 220기가와트였는데 올해 생산 계획은 750기가와트다.
비닐봉지, 장난감 등에 쓰이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의 기초 화학제품은 중국산이 올해 세계 신규 공급의 8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내 관련 제품 가격은 19개월간 하락 중이다.

철강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생산량이 늘었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36% 뛰었다.

중국의 과잉생산이 심각해지면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압박받고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태양열 패널의 첨단 부품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미국 한 기업은 2022년 말 14억달러 규모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으나 올해 초 중국 과잉생산에 따른 시장 왜곡을 이유로 이를 취소했다.

그 사이 중국이 실리콘 웨이퍼 생산량을 거의 두 배로 늘리고 이 중 일부 물량이 해외로 나가면서 세계적으로 가격이 70% 떨어졌다.

칠레의 철강 제조업체인 CAP은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자 버티지 못하고 이달 제철소 무기한 폐쇄를 결정했다. CAP은 관세율이 올라가도 가격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WSJ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과잉생산에 따른 피해를 가장 적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조업 확장 목표를 달성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화큐셀은 업계가 월 수백만달러 손실을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수입 여파로 자동차 업계 일자리가 1만개 이상 줄었다.

유럽연합(EU)이 최근 수입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한 것은 이런 상황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연초에 중국산 철강, 알루미늄, 전기차, 태양전지 등에 관세율을 높였다.

튀르키예는 전기차, 파키스탄은 문구류와 고무에 관세를 더 부과했다. 인도는 중국 안료와 화학물질 등에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영국은 굴삭기와 바이오디젤, 아르헨티나와 베트남은 전자레인지와 풍력 타워를 조사하고 있다.

WSJ은 과거엔 자국 기업들이 저렴한 중국산 부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국가는 중국의 과잉 생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중국도 예전과 다르게 서방의 불만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시진핑 주석은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제재를 부과할 때 국내 경제가 계속 돌아갈 수 있도록 포괄적 산업 공급망을 구축해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중국 관리들은 과잉생산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EU 등의 무역 보복 조치를 정당화할 근거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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