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빚투·영끌’에…나라·가계빚 3천조원 돌파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취약 차주의 연체율이 급상승해 올해 1분기 말 10.21%에 달했다.

2분기만 44조원↑…국가채무·가계신용 각각 팬데믹 이후 최대폭 급증

위기의 자영업자…대출연체 15조·6곳 중 1곳 빚 안고 폐업

한국 정부와 가계가 진 빚이 최근 큰 폭으로 늘면서 올해 2분기 말 처음 3천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 감세 기조로 ‘세수 펑크’가 계속되면서 국채 발행이 늘었고, 최근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로 가계 부채마저 급증한 결과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국가채무(지방정부 채무 제외)와 가계 빚(가계신용)은 총 3천42조원을 기록, 처음 3천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명목 GDP(2천401조원)의 127% 수준이다.

국가채무는 국채(국고채·국민주택채·외평채)·차입금·국고채무부담행위 등으로 구성되며 이중 국고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부채’다.

나라·가계 빚은 올해 2분기에만 전 분기(2천998조원)보다 44조원 늘었다. 올해 1분기 증가 폭(20조원)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 3분기(63조원) 이후 2년 3분기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나라·가계 빚은 작년 2분기와 3분기 각각 38조원, 33조원 급증하며 보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에는 국가채무와 가계신용 모두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2분기 말 국가 채무는 전 분기보다 30조4천억원 늘어난 1천145조9천억원이다.

경기 부진 영향으로 2년째 세수 펑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상반기 재정 집중집행 기조까지 겹쳐 국고채 발행이 늘었고, 이는 결국 채무 급증으로 이어졌다.

뚜렷한 세수 기반 확충 없이 이어지는 감세 정책도 재정 기반을 취약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가 채무는 경제 규모와 비교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국가채무의 GDP 대비 비율은 50.4%로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1∼2019년 30%대에 머물다가 2020년 40%대로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 50%를 넘어섰다.

가계신용은 1천896조2천억원으로 2분기에만 13조8천억원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주택 거래 회복과 함께 관련 대출이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은 전 분기 말보다 13조5천억원 불었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16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가계 빚의 가파른 증가세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맞물려 정부·민간 소비를 옥죄는 모양새다.

불어난 빚 탓에 정부 총지출과 금리 인하가 제약을 받는 등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재정·통화정책의 재량이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 분기별 국가채무·가계신용 (조원)

국가채무 가계신용 합계
2024년 2분기 1,145.9 1,896.2 3,042.1
1분기 1,115.5 1,882.4 2,997.9
2023년 4분기 1,092.5 1,885.5 2,978.0
3분기 1,099.6 1,878.4 2,978.0
2분기 1,083.4 1,861.3 2,944.7
1분기 1,053.6 1,853.1 2,906.7
2022년 4분기 1,033.4 1,867.6 2,901.0
3분기 1,029.1 1,871.1 2,900.2
2분기 1,007.5 1,868.4 2,875.9
1분기 981.9 1,862.9 2,844.8
2021년 4분기 939.1 1,862.9 2,802.0
3분기 926.6 1,845.5 2,772.1
2분기 898.1 1,810.6 2,708.7
1분기 862.1 1,766.7 2,628.8

※ 출처 : 기획재정부·한국은행

위기의 자영업자…대출연체 15조·6곳 중 1곳 빚 안고 폐업

자영업자(이하 개인사업자)들의 대출 연체 금액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65만5천곳이 평균 1억원의 대출을 해결하지 못한 채 폐업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25일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884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328만5천명의 개인사업자들이 은행권에서 570조1천억원을,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여신전문업체 등 비은행권에서 314조3천억원을 빌려 쓰고 있다.

대출액 기준으로 보면 약 2/3를 은행권에서, 1/3을 2금융권에서 조달한 것이다.

(자료: 한국신용데이터)

(자료: 한국신용데이터)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나라·가계 빚 증가세는 앞으로 더 내수 회복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