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중국산 모델Y로 대응…현대차그룹, EV3 등 보급모델 출시
포드·아우디 등도 고급 전기차 출시 계획 미뤄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돌파를 위해 중저가 보급형 모델을 내세우는 ‘대중화’ 전략을 속속 취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는 줄이지 않되, 소비자 부담이 적은 중저가 모델을 내세워 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진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수익률을 지키며 전동화를 추진했던 완성차업체들은 중저가 보급형 모델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들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에도 선전을 이어가자 대중화 전략에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가 정책을 취했던 미국 테슬라가 전기차 캐즘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 감소에 직면한 반면, 다양한 보급형 모델을 갖춘 중국 BYD(비야디)가 테슬라를 제치고 지난해부터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비록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7.6%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각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중국도 역내 생산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은 당분간 크게 훼손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기차 대중화 전략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산 모델Y를 생산 중이다.
이 모델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400㎞ 미치지 못하는 등 미국산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한화 기준 1천만∼1천500만원이 싸 소비자 부담을 크게 낮췄다.
그 결과 중국산 모델Y는 전기차 진입장벽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작년 동기 대비 395.4% 폭증한 총 1만41대가 팔리며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이 되기도 했다.
세계 3위 자동차그룹인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잇달아 출시해 반등을 노린다.
기아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가 대표적으로, 지난달 4일부터 사전 계약을 시작한 차량은 지난달 26일 기준 계약물량이 1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 EV3의 계약물량이 2만대에 이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경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을 선보이기도 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가격은 2천만원대로, 엔트리급 전기차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이 밖에도 폭스바겐그룹,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기존 전동화 투자계획을 수정해 대중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미국 포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던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을 내연기관 픽업트럭 ‘슈퍼듀티’의 생산시설로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2025년부터 3열 SUV인 익스플로러와 링컨 에비에이터의 전기차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포드는 2025년으로 예정했던 3열 전기 SUV 생산 시점을 2027년으로 미루고, 대신 3만달러대 보급형 전기차를 먼저 출시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고, 그 계획의 일환으로 오크빌 공장의 전동화 전환도 잠시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그룹의 고급 브랜드 아우디도 고급 전기 SUV ‘더 뉴 아우디 Q8 e트론'(Q8 e트론)을 생산하던 벨기에 브뤼셀 공장의 운영 중단을 검토 중이다.
대신 멕시코 푸에블라주(州) 산호세치아파에 전기차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최소 10억유로(약 1조5천억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이 비싸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고급 전기차보다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우선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부)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