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신설 발의에 대한 소고

세계화 시대인 지금, 재외동포는 한국에게 큰 자산이고 미래 국가발전의 디딤돌이다. 재외동포 700만 시대에 한국인들 중에는 누구나가 가깝고 먼 친척이나 지인 중에 재외동포를 적어도 한 두 명 이상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같이 한민족이 전 세계 각지로 활발히 진출하는 시대에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길고 짧은 기간 동안에 외국에 거주하며 생활하는 재외동포가 되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한국정부에게 재외동포에 관련된 정책적 과제들은 21세기 국가발전과 국민 복리를 위해서 더 이상은 미루어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제들임에 틀림없다.

한민족의 재외동포사회는 조선말부터 식민지시기를 거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형성됐다. 해방 이전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에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주로 미국중심으로 재외동포사회가 형성됐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에 여행자유화와 문호개방 이후에는 한민족이 세계 각국에 진출했다. 이렇게 형성된 재외동포사회는 현재 170여 개 국가에 700여 만 명을 헤아리는 큰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재외동포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4개 강국에 약 85%가 분포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세계각지에 다양한 규모와 형태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은 아직도 시작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1997년까지는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은 재외동포에 대한 기민(棄民)정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정부에게 재외동포문제는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1997년에 가서야 비로소 재외동포재단이 설치되었고, 그리고 비상설기구로 국무총리 산하의 재외동포정책위원회와 외교부 차관이 위원장, 재외국민영사국장이 간사를 맡는 재외동포정책실무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리고 위 두 기구는 보통 1년에 1회 그리고 4회 회의가 소집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통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은 크게 재외동포정책연구, 국내외 관련한 행사의 개최와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그리고 실제적인 재외동포정책업무는 외교부, 법무부, 교육부, 행정자치부, 고용노동부, 병무청, 국세청 등으로 각각 분산돼 있다. 이로 인해서 업무가 중복될 염려가 크고, 재외동포사회에 대한 효과적인 분석과 정책설립과 집행 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재외동포 관련한 예산편성은 최근 김성곤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정부부처별 재외동포 관련 정부예산안이 854억300만원 그리고 재외동포재단 예산이 546역6,200만원으로 전체가 약 1,400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분산되어 있는 재외동포 예산을 통폐합하여 재외동포관련 업무를 통합관리하면 훨씬 효율적인 예산편성과 집행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 재외동포사회에는 재외동포의 이중국적 허용,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계승 보급 방안, 재외동포참정권 관련, 재외국민자녀의 병역문제, 재외동포에 대한 과세 등 각종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정부의 몇몇 부서들 차원의 해결 과제들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장기적 국가비전에 맞게 종합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는 성격의 과제들이다.

이러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 내에 재외동포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재외동포청의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 대동소이한 내용을 포함하는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여야 정당을 대표하여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하였다.

필자는 재외동포청 설립 시에 우선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안들이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재외동포청의 정부조직법상의 자격에 대한 문제이다. 청의 경우는 소속부서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재외동포청이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무총리나 대통령 산하의 처 혹은 위원회로 독립기구의 성격을 갖춰서 정책수립과 집행, 업무조정권을 독자적으로 가져야 한다.

둘째는 재외동포청의 역할 수행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해결 되어야 한다. 기존과 같이 50여명의 재외동포재단직원과 500여 억원의 운영자금으로는 재외동포청에 기대되는 업무의 수행에는 충족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재외동포정책에 있어서 재외국민과 외국국적동포에 대한 정책적 균형과 조화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미리 검토되어야 한다.

재외국민은 국민으로서의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한국국적의 국민이다. 그리고 외국국적동포는 그러한 국민의 의무를 지지 않는 외국국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민족으로서의 공존과 공감의 상대이자 한민족의 외연확대를 위한 소중한 인적 자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이다. 다만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이들 사이에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갈등의 소지를 미리 방지해야 할 것이다.

넷째,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재외동포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현지 공관에 재외동포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가칭 ‘재외동포관’ 직위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설립될 재외동포청이 실제적인 업무협조 관계를 가져야 하는 다른 정부 부처와의 유기적 협조를 위한 구조와 방안에 대해서도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고 준비되어야 한다.

다섯째, 외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와 한국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재외동포들 간에 형평성에 맞고 균형 잡힌 정책 수립과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재외동포 문제는 역사적 사회적으로 복잡하고 깊은 연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재외동포정책은 한국인 모두에게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주제이다. 현재 한민족 재외동포사회는 질적 양적으로 계속 변화 발전하고 있다.

재외동포와 관련한 정책들도 이에 발맞추어 현재 실정에 맞으면서도 동시에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들을 정부차원에서 전담할 수 있는 기구로서 재외동포청 설립은 반드시 필요한 시대적인 요청이다.

필자는 재외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외동포청이 하루빨리 설립되어 지구촌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다양한 정책적 요청들에 부응하는 역할을 활발히 수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모스크바한인회장, 16기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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