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한 대학생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돌직구’를 날려 화제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 학생은 이날 줌으로 교황에게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모욕적인 언어 사용을 중단해 달라”며 “이는 엄청난 고통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도 양성애자, 동성애자, 성 정체성, 편부모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의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이 학생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띠를 어깨에 두르고 나왔다.
교황은 지난달과 이달 중순 사제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프로차지네'(frociaggine)라고 말한 사실이 이탈리아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프로차지네’는 이탈리아에서 남성 동성애자를 경멸적으로 일컫는 표현이다.
교황청은 첫 보도 이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모국어가 스페인어인 교황이 이탈리아어에 익숙하지 않아 실수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왔지만 이 발언은 그동안 성소수자에게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온 교황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이 학생은 교황에게 “필리핀에서 이혼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바티칸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이혼이 불법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교황은 이날 시카고 로욜라대와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회가 주최한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다리 놓기’ 행사에 참석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학생들과 줌으로 대화를 나눴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는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뿐만 아니라 호주 가톨릭대, 대만 푸젠가톨릭대, 한국 서강대, 일본 소피아대, 인도네시아 사나타 다르마대 등에 다니는 학생들이 국가별로 참가했다.
교황이 9월 순방할 예정인 싱가포르, 동티모르, 파푸아뉴기니의 대학생들도 참가했다고 교황청 관영매체 바티칸뉴스는 전했다.
교황은 이날 필리핀 대학생 3명의 발언이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답변했지만 아픈 곳을 건드린 이 대학생의 호소에 대해서는 직접 답하진 않았다.
다만 진정한 사랑과 거짓 사랑을 구별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항상 진정한 사랑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또 사회가 여성을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여긴다고 해도 “여성은 최고의 사람”이라며 “많은 여성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홀아비는 혼자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 여성은 혼자서도 분명 가족을 키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여성의 위대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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