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에 해상운임 고공행진…’풍선효과’에 항공운임도 상숭세
HMM 2분기 실적 호재…수출기업엔 비용 증가 악재
최근 홍해 사태 여파로 해상 운임과 항공 화물 운임이 동반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수출입 업체는 고민이다.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불거진 홍해 사태가 미국·영국의 후티 공습으로 장기화할 조짐을 나타내면서 운임 상승세는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 유력하다.
이러한 운임 고공행진은 기업 실적에는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운임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수출기업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 비수기에도 해상운임 상승…”하반기까지 오름세 이어져”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운업계는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4일 전주 대비 182.67포인트 오른 2천703.43을 기록했다.
SCFI가 2천700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9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해운 비수기로 통하는 3∼5월에 해상운임이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홍해 사태로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운하 통항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유럽과 미주로 향하는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해당 항로에서 해상운임이 크게 올랐다.
미 서안 항로 운임은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5천189달러를 기록했다. 1주일 전보다는 164달러 뛴 금액이다. 이는 6개월 전 1천600달러대 대비 3배 넘게 오른 금액이다.
유럽 항로 운임도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3천409달러로, 지난주 대비 359달러 올랐다. 해당 항로 운임은 지난해 12월 800∼900달러에 불과했지만 6개월 사이 4배가량 상승했다.
해운업계는 홍해 사태가 당분간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해상 운임 상승세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만간 SCFI가 3천선을 넘어 4천선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지난해 11월 이후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50차례 이상 공격했고, 선박들은 수에즈운하 ‘관문’인 홍해가 막히자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고 있다.
그 결과 운항 거리와 시간이 늘어나면서 선박 공급은 감소했고, 그 결과 운임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반군 간 10년 동안 이어진 분쟁 관계로 홍해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는 9월까지 시장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풍선효과’에 항공화물 운임도 고공행진
해상 운임에 이어 항공 화물 운임도 최근 수개월간 상승하는 추세다.
국제 항공 화물 운임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당 5.54달러로 전달 대비 13.5% 올랐다.
이는 1년 전(5.20달러)보다 6.5% 상승한 것이다. 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3.60달러) 대비 53.9% 높다.
홍콩∼유럽 항공 화물 운임도 지난달 ㎏당 4.47달러를 기록하며 한 달 사이 14% 상승했다. 2019년 4월과 비교하면 68.7% 오른 것이다.
항공 화물 운임 상승세는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풍선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홍해 사태로 해상 운임이 고공행진을 하는 데다, 운송 기간도 길어지면서 수요가 항공 운송으로 이전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3월 국제 항공 화물 수요는 1년 전에 비해 11.4%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월간 국제 항공 화물 수요도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아울러 중국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물동량 증가세가 항공 화물 수요를 끌어 올리면서 운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중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경유, 미국으로 옮겨 싣는 화물량이 크게 늘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의 이커머스 수출입액은 5천776억위안(약 108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했다.
항공 화물 운임 상승세는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풍선효과와 중국 이커머스 시장 성장에 힘입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물류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 해운·항공업계엔 호재지만 수출기업엔 악재
해상·항공운임 동반 상승은 업계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7천280억원, 영업이익 5천5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28.1%, 245.2%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운임 상승은 수출기업 입장에서 비용 증가라는 ‘폭탄’이 된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선복(선박 적재 공간) 이용 시 장기계약이 아닌 스폿(단발성) 계약을 맺기 때문에 운임 상승에 따라 받는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하반기 수출 바우처 31억원을 조기 투입하고 중소 전용 선복을 추가 지원했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해상과 항공 화물 운임이 코로나19 당시와 같은 급등세를 보이진 않지만, 경기 침체기라 수출 기업들에는 더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