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원으로 프놈펜-타이만 180㎞ 연결 대공사
‘친중’ 성향의 캄보디아가 중국 지원을 받아 공사비 17억 달러(약 2조3천300억원) 규모의 거대 운하 건설을 추진하기로 하자 베트남과 미국 등이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캄보디아에 해군기지를 짓는 등 이 일대에서 세를 키우는 중국군이 운하를 통해 군사 활동 반경을 한층 넓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푸난 테코 운하’ 건설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운하는 수도 프놈펜과 캄보디아 남부 케프 성의 타이만 바다까지 약 180㎞ 구간을 물길로 잇게 된다. 중간에 메콩강의 지류인 바삭강을 거치며, 폭 약 100m, 깊이 약 5.4m로 설계됐다.
프놈펜 지역은 그간 메콩강을 통해 물길로 이어진 베트남 남부 해안의 항만에 물류 등을 크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운하가 건설되면 이제 프놈펜이 자국 바다와 수로로 직접 연결돼 베트남 항만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게 된다.
훈 마넷 총리는 “이 운하는 우리 국민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역사적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운하는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도로교량공사(CRBC) 등의 자금으로 올해 말 공사에 들어가 완공에 약 4년이 걸릴 전망이다.
캄보디아와 CRBC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 행사에서 이 운하 건설 사업에 합의했다.
캄보디아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서 그간 중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중국이 캄보디아 서남부 레암에 중국의 두 번째 해외 해군기지를 짓고 중국 군함들이 여기에 정박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운하가 중국의 군사적 확장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관련 국가들로부터 제기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운하가 완공되면 중국 군함이 운하를 통해 캄보디아 내륙 깊은 곳까지 운항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외교부는 전날 이 운하 사업에 베트남 정부가 매우 관심이 많다면서 운하와 관련해 베트남 등 메콩강 유영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운하가 이 지역의 수자원 등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것을 캄보디아에 촉구했다고 베트남뉴스통신(VNA)이 전했다.
베트남 정부 연구기관들도 중국 군함이 운하를 통해 이 일대에서 활동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도 캄보디아 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캄보디아 정부에 운하 사업의 세부 사항을 관련 국가들에 투명하게 공유하고 협력하라고 주문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훈 마넷 총리는 “우리는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에 맞서는 기지로 사용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운하 깊이가 군함이 다니기에는 너무 얕으며, 운하가 지류인 바삭강을 이용해 메콩강 본류의 물 흐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훈 마넷 총리의 부친으로 38년 집권 끝에 지난해 총리직을 내놓은 훈 센 상원의장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캄보디아에 비우호적인 세력이 운하의 진짜 용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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