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료들의 발길이 27일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고인의 빈소는 이날 오후 3시께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아내 전혜진이 상주로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비롯한 유족과 소속사 직원 등이 취재진의 입장을 제한하고 조문객을 맞는 중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균의 빈소
27일 세상을 등진 배우 이선균(48)은 20대 때 무명 시절을 거쳐 30대 들어 빛을 보다가 40대에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특히 올해는 그가 주연한 영화 2편이 동시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20여년의 배우 인생 정점에 올라선 해여서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1975년생인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해 1999년 비쥬의 ‘괜찮아’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데뷔했다.
2001년 MBC 시트콤 ‘연인들’을 통해 방송에도 데뷔했지만, 이후 오랜 시간 단역·조연을 전전했다. MBC ‘베스트극장’, KBS ‘드라마시티’ 등 지상파 단막극에서 주연을 맡아 천천히 입지를 다졌다.
그러다 32세이던 2007년 MBC 의학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올바른 직업 윤리를 가진 바른 의사 ‘최도영’ 역으로 비로소 대중의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같은 해 방영한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음악가 최한성 역을 맡아 존재감을 강하게 각인했고, 주·조연 배우로 올라섰다.
이선균은 두 작품으로 MBC 연기대상에서 미니시리즈부문 황금연기상을 받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받은 연기상이었다.
이후 ‘파스타'(2010), ‘골든타임'(2012) 등 그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으면서 ‘배우 이선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특유의 화를 내는 연기 덕에 ‘버럭 선균’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영화로도 보폭을 넓힌 그는 ‘쩨쩨한 로맨스'(2010), ‘체포왕'(2011), ‘화차'(2012),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끝까지 간다'(2014)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홍상수 감독의 독립·예술영화 ‘옥희의 영화'(2012), ‘우리 선희'(2013) 등에도 출연하며 연기력을 뽐냈다.
그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아 일약 월드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이 영화는 그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받았다.
그즈음 국내 팬들의 마음도 단단히 사로잡았다. 아이유와 함께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에서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팬층을 형성했다. 지금까지도 각종 명대사와 명장면이 회자할 정도로 사랑받은 드라마다.
이선균이 대기만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뛰어난 연기력이 꼽힌다. 코미디, 스릴러, 드라마, 멜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화하는 폭넓은 연기력과 좋은 목소리는 배우 이선균의 장점이었다.
그는 올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가 주연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잠’이 동시에 칸영화제에 초청받아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커리어 정점에 올랐다.
해외 매체 기자들의 관심도 ‘기생충’ 주연 배우인 이선균에게 쏠렸고,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이선균의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두 아들도 칸영화제에 동행해 남편과 아버지에게 축하를 건넸다.
그러나 지난 10월 그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여파로 이선균이 주연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는 개봉이 보류됐고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조진웅으로 배우가 교체됐다.
이선균은 총 3차례에 걸쳐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그는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성탄절 이브인 24일 새벽까지 19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마약 투약 혐의를 먼저 조사한 뒤 그가 A씨 등 여성 2명을 공갈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피해자 진술도 받았다.
새벽에 초췌한 모습으로 경찰서에서 나온 그는 “이제 앞으로 경찰이 저와 공갈범들 가운데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잘 판단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그는 변호인은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추가로 해 달라고 경찰에 먼저 요청했다. A씨 진술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게 억울하다는 호소였다.
이씨 변호인은 당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A씨 진술대로라면 국과수의 정밀감정에서도 양성이 나와야 하는데 이씨는 음성을 받았다”며 “너무 억울한 상황이어서 A씨도 함께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아 누구 진술이 맞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을 통해 결백을 주장한 이씨는 하루 뒤인 이날 오전 서울시 종로구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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